▲9.11 테러의 주동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라운드 제로와 인접한 처치&베시 스트리트에서 사람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뒤쪽 왼쪽에서 두번째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세계무역센터다.
연합뉴스-AP
그런데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크게 보면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빈 라덴이라는 '괴물'을 키우는 데 미국이 일조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말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이슬람권 전역에서 무슬림 전사들이 소련에 맞서고자 아프가니스탄으로 몰려들었다. 소련을 견제하고자 했던 미국은 '무자헤딘'으로 불린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미국이 베트남에서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곤욕을 치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결국 진이 빠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야 했다.
그런데 불똥이 미국으로 튀었다. 미국이 키운 반소 무자헤딘의 상당수가 각기 본국으로 돌아간 후 반미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의 주축이 된 것이다. 이슬람권을 쥐락펴락하려는 세력은 소련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적이라는 논리였다.
빈 라덴도 그중 하나였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도 미국이 파키스탄 정보기관을 통해 양성한 반소 무슬림 전사들이었다. 미국이 제거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빈 라덴과 마찬가지로 한때 미국의 '동지'였다. '미국 헌병'이라고 조롱당할 정도로 친미 노선에 충실했던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1979년 혁명으로 무너지자, 미국은 후세인을 후원해 이란을 견제했다.
과거사를 되새기는 이유는 미국 정부와 국민이 자국의 외교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빈 라덴으로 대표되는 극단주의가 이슬람권 일각에서 일정하게 유지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한 '괴물'을 키워낸 미국의 책임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빈 라덴을 중심으로 한 극단주의 테러 세력은 최근 들어 이슬람권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아랍 민주화 바람에서도 잘 드러난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자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독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극단주의 테러 세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감안해 미국 정부는 이날 자국민에게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해외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에게도 경계 강화 지시를 내렸다. 빈 라덴 사살을 계기로 반미 테러 움직임이 늘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괴물'을 키워온 과거를 미국인들 스스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이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빈 라덴 사살 소식에 환호하는 미국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빈 라덴 사살을 계기로 자국의 외교 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드디어 복수했다'는 쾌감에만 젖는다면 또 다른 '괴물'을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만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복수의 쾌감 넘어 아프간·이라크 아픔 공감하는 모습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