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소재 공기업 통계분당에는 유난히 공기업들이 많다. 이들이 손학규 승리의 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원영
이번 선거에서 분당을 소재 조합원의 수를 파악했던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당을 선거구에 한국노총 조합원이 약 4000여 명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공기업 직원들"이라며 "민주노총 산하와 기타 공기업, 이들의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분당을의 '공기업 표'는 1만표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 이들의 몰표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별 공기업 노조와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투표독려와 선거운동이 벌어져 이들의 표쏠림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분당에 소재한 H공사의 2010년도 신입사원
김건우(가명, 28)씨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의 최대 피해자다.
3년간 취업준비에 공을 들인 끝에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공공기관 신입직원 초임을 20%씩 일괄 삭감하면서 선배들보다 '20% 모자란 인생'을 살고 있다.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치솟는 물가와 전세비용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결혼약속은 당분간 지키기 어렵게 됐다. 김씨는 입사동기들과 함께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봤지만 "우리라고 별 수 있겠냐. 다 알고 들어온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기획재정부가 286개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틀어쥐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공기업의 노동조합이 힘을 쓸 여지가 없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임금상승률까지 정해주는 상황에서 노조와 사용자의 단체협상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다.
"공기업 직원들치고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녁 약속도 미루고 퇴근 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투표장으로 향했다."그동안 공기업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근로조건에서 일했으니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김씨는 발끈했다.
"공기업의 진짜 문제는 직원들의 근무태도나 보수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보내는 낙하산 인사다.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임기 3년짜리 기관장으로 와서 무얼 하겠나. 주변 사람들 이권을 챙겨주는 일밖에 더 하겠나."김씨는 앞으로 있을 대선과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
[분당을 표심 둘] 금융노조가 1800명에게 보낸 문자 '넥타이부대'의 또 다른 편에는 은행원들이 있다.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21일 은행연합회 및 34개 은행 앞으로 보궐선거 당일 조합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출근시간을 2시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