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 국제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시민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앞에서 건강권실현보건의료단체연합, 민변, 인의협,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민위원회측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쌍용차 노동자 자살''4대강 건설노동자 사망' '제철소 용광로에 빠져 죽은 29세 청년노동자''대학입학 앞둔 피자배달 청년 사망' 등 대한민국의 산재사망률이 OECD 1,2위를 다툰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기업과 기업주의 책임준수' '정부의 엄격한 감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등안시 한 기업과 기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권우성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미국의 유명한 TV 만화 <심슨가족>의 캐릭터 인형을 만드는 태국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장주가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지 모른다"며 공장 문을 잠그고 외출한 탓에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이를 추모하며 시작된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캐나다, 대만 등 13개국에서는 법정기념일이 되었고, 110여 개국에서는 공동행동을 진행한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멀리 볼 것도 없다. 2008년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 화재사고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당했지만 사업주는 벌금 2000만 원만 내고는 끝이었다. 4대강 공사에서도 지금까지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국토해양부 장관이 나서서 산재사고를 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지난 가을 충남 당진의 한 철강회사에서 1600도가 넘는 용광로에 29살 청년이 빠져 사망했다. 10만 원짜리 안전펜스 하나만 있었어도 그 청년은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시 한 조각가가 "그 쇳물로 못 하나도 만들지 말라. 그 쇳물로 청년의 조각상을 만들어 어머니가 가끔 찾아와 어루만지게 하자"는 시를 쓴 것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용광로는 여전히 끓고 있다.
현장의 고참 노동자들은 "예전에는 사망사고가 나면 반나절은 작업이 중단됐는데, 요즘은 한두 시간 지나면 바로 작업을 재개한다"며 개탄한다. 이것이 산재로 한 해 약 2500명이 죽고 9만 명이 다치는, 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산재 문제는 늘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돼 있다. 요즈음 일본 원전사고로 온 국민이 방사능을 걱정이지만, 지금까지 발전소 현장에서 몇 년째 정비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엑스레이 촬영기사 등 병원 노동자, 항공승무원 노동자, 비파괴검사 노동자의 방사능 노출에 대한 문제제기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과거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석면은 수십 년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을 유발하는 '소리 없는 살인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도 석면의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해서, 학교건물을 지을 때는 지붕을 씌워 피해를 예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러나 재건축 공사현장의 포클레인 기사, 건물해체 설비작업 노동자, 자동차라인이나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문제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발암성물질에 일정기간 노출된 노동자에게 건강진단을 제공하는 '건강관리수첩' 제도가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이를 발급받은 건설노동자는 8명에 불과하고, 노동조합에서 자체 조합비로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하루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노동자를 만난다. 지하철 승무원 노동자가 잦은 사고 때문에 걸리는 공황장애, 각종 전자제품 제조 노동자가 벤젠 등에 의해 걸리는 백혈병과 혈액암, 식당의 급식조리사 노동자의 화상과 피부질환, 편의점이나 커피점 등에서 종일 서서 일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하지정맥류, 은행과 백화점 고객센터 노동자가 '고객감동'과 미소 강요 때문에 앓게 되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 직업의 수만큼 직업병도 다양하다.
더욱이 과도하게 많은 노동시간과 만성적인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우리 일상은 그야말로 '과로사회'의 단면으로 채워져 있다.
산업재해가 방치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