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해안 건설 현장에 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방사탑(사진 왼쪽)이 만들어져 있다. 방사탑은 제주도 주민들이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세운 돌탑이다.
유성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막으려는 각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반대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돼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양윤모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은 20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다. 그는 옥중단식으로 인해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포도당과 식염수 투약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음식을 넘기지 않고 있다. 몸무게가 약 10kg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도 강정마을 농성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도 벌써 8일째 곡기를 끊었다. 현장에서 만난 신 전 지사는 "제주도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불법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크나큰 고통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군의 공사 강행 방법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며 "강정마을 주민끼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이간질시키고 있다"며 말했다. 또한 "공사업체를 앞세워 주민들을 고소·고발하고 억압하려 한다"며 4년 동안 계속된 반목과 대립으로 마을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고 개탄했다.
경찰은 최근 고권일 위원장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 3인에게 업무방해죄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출석 요구기간인 지난 22일까지 경찰에 가지 않았다.
한국사회 분쟁이 일어나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가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온 도법 스님도 강정마을에 힘을 보탰다. 도법 스님은 지난 4월 1일부터 강정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스님은 이날 도로에 펜스 설치를 놓고 주민들과 공사업체가 마찰을 일으킨 현장에도 나와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주민들의 불편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국가가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조영배 제주대 교수는 오랫동안 계속된 갈등으로 인해 무너진 강정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조 교수는 제주지역 인사들을 모아 공동체회복위원회를 구성해 마을 사람들을 만나 문제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이러한 각계의 도움과 노력에 강정마을 주민들도 힘을 내고 있다. 고 위원장은 "오는 5월 7일 강정마을 단합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해군기지 건설은 꼭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강정마을은 경관이 빼어나고 '절대보전지역', '생물권보전지역', '천연자연보호지역' 등으로 보호받던 곳이다. 그뿐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바위게과, 멸종위기2등급)가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고 위원장은 "그런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가 안보상으로도 제주도 해군기지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우려 한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국을 공격할 수도 있는 군사기지가 있는 곳에 (중국인) 누가 관광을 오려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