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
김종길
당리 마을로 향했다. 길 들머리에서 할머니 한 분이 무언가를 손질하고 있었다.
"할머니, 범바위 이쪽으로 가면 됩니까?"
"예, 그쪽으로 쭉 가면 됩니다."
"쑥인가 보네요. 정말 잘 자랐네요."
"여기는 볕도 좋고 날도 따뜻해서 뭐든 잘 자라지요."
할머니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쑥을 부지런히 손질했다.
"그 범바위라는 것이 명물이여. 날씨가 맑으면 거기에서 제주도도 보이지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범바위에서 보면 제주도가 산처럼 벙벙하게 떠있지 않애. 찰랑찰랑 물에 엎드려 있제."
기가 막힌 표현이다. 제주도가 바다 너머로 겨우 보인다는 말을 저렇게 표현하다니... "시인보다 낫습니다." 라고 하니 그저 웃을 뿐이었다. 많이 파시라고 한 뒤 당리마을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