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받은 쵸코빵과 음료수.
김은주
서울역도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테헤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규모면에서 테헤란역은 서울역보다 크게 보였으며 사람도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란인들이 들고 나온 짐들이 엄청난데 그게 한쪽에서 산더미를 이루었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지 이들의 짐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 속에 우리도 끼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 일부는 배가 고프다며 뭔가 사먹으러 가고, 다른 두 사람과 우리 가족만 남았습니다. 나는 애들과 함께 무화과와 호두를 먹고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우리 일행의 배낭을 쌓아둔 곳 바로 옆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일행이 돌아오고 차 시간이 다 돼서 개찰구로 나가려고 하다가 혼비백산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배낭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던 사람입니다. 바로 옆에서 자기 배낭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일 것입니다.
이란 와서 처음 겪은 일입니다. 이란은 도둑이 없는 나라입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보니 굉장히 정직해서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바가지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자국민보다 더 싸게 팔았으면 싸게 팔았지 외국인이라고, 잘 모른다고 비싸게 값을 부르는 비양심적인 상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정직한 나라에서 배낭을 도둑맞다니 정말 뜻밖의 상황이었습니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은 것 같습니다. 이런 나쁜 놈 하나씩은 끼어 있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 방심했었습니다. 유럽 여행할 때는 배낭을 쇠사슬에 묶어두고, 버스에서도 제대로 마음 편하게 잠을 못 잘 정도로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는데 이란은 거의 도둑이 없다고 생각해서 너무 방심했던 것입니다.
배낭을 잃은 사람의 낭패감은 꽤 컸습니다. 여행 떠나면서 새로 장만한 비싼 배낭이고, 가방 안에는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새 화장품이 들어있고, 옷가지도 들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마음을 비웠습니다. 여권이나 돈을 잃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말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기차는 깨끗하고, 의자는 푹신하고 다리를 뻗을 공간은 넉넉했습니다. 우등기차입니다. 테헤란에서 카샨까지 2시간 10분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4300토만(약 4600원)이었습니다. 최고급 기차인 걸 감안하면 싼 가격입니다. 거기다 음료수와 초코 빵까지 주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싼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맛있는 것을 주는 것에 감동받았습니다.
기차는 버스보다 확실히 쾌적했습니다. 의자의 쿠션감이 아주 좋아서 몸에 쌓여 있던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슬슬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기차 밖의 풍경을 구경하겠다던 다짐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기차가 역사를 빠져나가자 이내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카샨 역에 도착했을 때는 누군가의 '빨리빨리' 소리를 들으면서 허둥지둥 내렸던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기차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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