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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 남전리 갯벌. 남반구 호주나 뉴길랜드에서 월동을 하고 시베리아에서 번식을 위해 이동하다 들른 도요새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 허정균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충남 서천갯벌이 도요새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국내 최대의 도요새 중간 기착지였던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 인근 금강하구를 낀 이곳으로 새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새목 도요과의 도요새에는 13속 85종(또는 89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의 종류는 40여 종이 넘는다.
지난 20일 서천군 장항읍 남전리 갯벌은 붉은가슴도요, 붉은어깨도요, 뒷부리도요, 큰 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온갖 도요새들 2만여 마리로 발디딜 틈이 없어보였다. 밀물이 밀려들자 일시에 날아올라 뒤로 이동할 때에는 한바탕 군무를 추며 장관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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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새들의 군무 ⓒ 허정균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가는 도요새는 한국 서해안이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새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월동을 한 도요새들은 여름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하기 위해 북상하다 한국 서해안 갯벌에 들러 한 달 가량 머물며 영양분을 보충한다.
도요새들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몸 길이가 12cm 정도인 메추라기도요에서부터 60cm가 넘는 마도요도 있다. 이 가운데 부리가 앞으로 굽어서 붙은 이름인 큰뒷부리도요는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한다. 한 해 3만5천km 이상 비행을 하는 이 새는 '지구촌의 방랑자'라고 별명을 붙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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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 금강하구 갯벌에서 먹이활동에 열중인 큰뒷부리도요 ⓒ 허정균
미국의 지질조사국 연구자들이 큰뒷부리도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위치 추적장치를 달았다. 그 결과, 이 새는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에서 북상하여 쉬지 않고 1만3천㎞를 날아 한국 서해안에 들러 약 한 달 반 동안 영양분을 비축한 다음 또다시 서해안에서 알래스카까지 밤낮으로 6500㎞를 날아갔다.
알래스카에서 번식을 끝낸 큰뒷부리도요는 여름과 가을 사이에 다시 남행길에 올라 한번도 쉬지 않고 1만7000km를 날아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로 날아갔다. 이 기록은 사람들이 측정한 새들 가운데 가장 긴 비행기록이라고 한다. 서해안에 들르지 않는 이유는 풍향을 이용하여 비행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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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물이 들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뒷부리도요. 20일 장항읍 남전리 갯벌 ⓒ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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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천군 마서면 장구만. 밀물이 들자 도요새들이 모래톱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허정균
도요새는 물갈퀴가 없어 수영을 할 줄 모르며 갈매기처럼 자맥질을 하여 수중의 물고기를 사냥할 줄도 모른다. 썰물 때 뭍으로 드러난 갯벌을 종종거리며 구멍 속으로 숨은 먹이를 긴 부리를 이용하여 잡아 먹는다. 따라서 도요새들은 갯벌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또한 밀물 때면 물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배후 공간이 필요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들 도요새들은 이러한 조건을 훌륭하게 갖춘 한국의 서해안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개발로 인한 갯벌파괴로 이들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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