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로 부터 온, 아내의 등반욕구의 불씨에 부채질을 한 '2009 NEPA 한국로체남벽원정대'의 엽서
이안수
김대장님과 최원장님은 스노 샤워(Snow Shower : 작은 눈 결정체가 퍼붓는 현상)와 낙석, 낙빙을 뚫고 절망의 벽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직장의 스케줄 조정에 실패해서 다시 2번의 등산학교 입교기회를 놓쳤습니다. 마침내 올해 초 입교를 확정지었습니다. 2011년 4월 9일부터 5월 15일까지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일원에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6박 12일 동안 진행되는 교육과정입니다.
매주말 밤 도봉산대피소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바로 전문산악인들의 지도로 실습을 하는, 전문산악인이 되기 위한 강도 높은 과정입니다.
일반등산론, 암벽등반론, 확보론, 산악기상, 등산식량, 장비론, 응급처치, 안전대책, 알피니즘의 역사, 산노래 등 12과목의 이론과 매듭법, 암벽실기(폭포, 부엉이 하강, 소침니chimney, 대침니), 독도법, GPS, 자연보호, 야간산행과 비박 등을 훈련하고 마침내 선인봉과 만장봉의 암벽등반을 마침으로서 졸업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엄습하다아내가 등록한 제74회의 71명 중에는 아들만큼 젊은 사람들과 이미 산악회의 회원으로 수년간 등반을 한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등산학교의 안내에 따라 암벽화와 카라비너carabiner, 하네스harness와 하강기 등의 등산장비를 구비했습니다. 그런데 입교가 다가올수록 아내의 걱정은 철저하게 실전에 기반한 이 훈련을 체력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들면 척추에 통증이 오는 허리의 이상도 간과할 수 없는 우려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몇 년간을 기다린 이 기회를 포기하지 않도록 부추겼습니다.
아내는 주말마다 검단산을 오르내리고 한밤중에 헤이리를 한바퀴씩 도는 구보를 했습니다. 또한 인근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병행했습니다. 병원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도록 경고한 점을 고려해서 가능하면 배낭 무게를 줄이도록 했습니다.
산악인의 마음으로 세상 사람들을 보니...도봉대피소에서의 입학식과 1박 2일간의 1주차 교육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는 포기하기 않은 것을 퍽 다행스러워했습니다. 이번 기수에는 여자분들도 여럿 있어서 위로가 된다고 했습니다. 입학식에서 후배들의 격려차 최영림 원장님도 오셨다고 했습니다.
2주차 교육에 참가해야하는 지난 토요일에는 모티프원의 청소를 돕다가 도봉산행이 늦어졌습니다. 도동대피소의 교육장까지는 한 시간의 산행이 필요한 거리입니다. 이미 완전히 어두워진 산길을 혼자 오르면서 두려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이 보름달의 달빛이 길을 밝혀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저도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