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신안보세대?동아일보는 천안함 1주기를 앞두고 20대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안보의식에 눈뜬 '신안보세대'라고 규정했다. 사진은 동아닷컴 사이트 관련 기사 캡쳐.
동아일보 캡춰
"실제로 천안함 사태 이전과 이후의 여론조사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인식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사태 전인 2009년 6월에는 "북한은 경계 또는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은 39%뿐이지만 사태 후인 지난해 6월에는 61%로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1.57 대 1이던 해병대 입대 경쟁률은 연평도 도발 이후 꾸준히 상승했고, 1월 육군의 모집병 지원율(4.5 대 1)과 공군 지원율(5.4 대 1)도 기존 기록을 경신하는 등 군 복무에 대한 의식도 크게 달라졌다."여론조사 주체가 '제3자'가 아닌 정부(행정안전부)라는 점은 논외로 치자. 그렇더라도, 평시의 대북 인식과 장병 46명이 수장된 전시 상황에서의 대북 인식이 같을 수는 없다. 즉, 조사를 해보나 마나 뻔한 결과를 가지고 '신안보세대'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게다가 행안부 여론조사 결과는 20대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전세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20대를 '신안보세대'로 규정한 것은 논리적 비약을 넘어선 사실 왜곡이다.
군 입대 지원율에서도 의미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3. 26)을 계기로 한 안보의식 변화'를 논증하면서 그 예로 든 것은 '연평도 도발(11. 23) 이후 해병대 지원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강도 사건이 증가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강간 사건 증가율을 예로 든 꼴이다.
또 육군-공군 지원율이 지난 1월에 기록 경신한 것을 예로 들지만, 원래 1월은 대학생의 학업주기와 맞물려 모집병 지원율이 가장 높은 달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22일에 군 복무기간이 21개월로 확정됨에 따라 복무기간 확정 때까지 입대시기를 미뤘던 청년들의 1월 지원율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따라서 육군-공군의 1월 모집병 지원율만으로 20대 안보의식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육군-공군 지원율은 늘고 해군-해병대는 감소한 '불편한 진실'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걸까? 20대의 안보의식이 천안함 전후로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없는데 보수언론은 20대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자아실현적 예언'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즉, 보수언론은 미국인의 안보의식이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바뀐 것처럼 한국 20대의 안보의식도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폼 나게' 바뀌기를 바라지만 막상 그런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자 여기저기서 허접한 근거를 떼어내 갖다 붙인 것이다.
군 입대 지원율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은 특정 시기(올 1월), 특정 군의 지원율을 근거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군 입대 지원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병무청의 '각 군별 모집 실적'을 근거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등 대형 안보 사건이 터진 2010년을 2009년과 비교하면, 육군-공군 지원율은 크게 증가했지만 해군-해병대 지원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로 육군-공군은 모집인원이 줄어서 경쟁률 더 높아졌고, 해군-해병대는 모집인원이 늘어서 경쟁률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
아래 병무청의 '각 군별 모집 실적 비교' 참조).
지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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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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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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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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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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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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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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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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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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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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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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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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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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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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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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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각 군별 모집실적 비교(자료 출처 : 병무청 현역모집과)특히 해군 지원율은 눈에 띄게 감소(17.3%)했으며, 해병대 지원율도 미세하게나마 줄었다. 결과적으로 천안함 침몰(해군 46명 사망) 및 연평도 피격(해병대 2명 사망) 사건과 직결된 군의 지원율은 전년과 대비해 줄었다. 그 대신에 '대형 안보사건을 겪지 않은' 육군-공군의 지원율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해군 지원율 감소를 나무라거나 탓할 일도 아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생존본능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희생양을 찾는 보수세력의 비난 화살은 김대중(DJ)의 햇볕정책에 집중되었다. 그 열흘 뒤 서울대 특강에서 북미대화를 거듭 촉구한 DJ는 "한미 동맹은 평화를 위한 것이지 전쟁을 위한 게 아니다"면서 청년들이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나는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전쟁이 나도 죽을 걱정이 없다. (웃음)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채플린은 '전쟁은 전부 40세 이상인 사람만 나가라' 그랬다, 왜?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으니까 전쟁을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국방 중심의 전통적 국가안보 개념은 냉전의 붕괴 이후 에너지, 환경 등을 포함한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국익의 범주도, 헌법상 용어가 아니어서 개념과 범위 확정의 어려움이 있지만, 확대되는 추세다. 또 계급적 관점에서 보면, 국익은 대개 사회 지배층의 이익과 일치할 뿐이지 다수 국민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언론이 그 흔한 여론조사결과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안보의식 변화의 지표로 애국심을 앞세워 이를 계량화하려고 한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누가, 어떻게 내면의 애국심을 계량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포괄적 안보 환경에서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애국심의 척도는 아닐 것이다. 애국심은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집총을 거부한 '양심적인 병역 기피자'에게도 있고, 군 경력이나 안보에 대한 기여도만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국익의 범주를 넓혀 '공익근무'로 병역을 대체해 주고, 국익보다 더 모호한 '국위 선양'이라는 이름으로 박지성과 추신수, 그리고 박태환 선수에게도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일부 언론이 입맛대로 취사선택한 20대 군 입대 지원율로 애국심을 계량화하고 'P세대가 희망'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전쟁 반대'를 외쳐야 할 '피스(Peace, 평화) 세대'를 '피 흘리는 세대'로 내모는 것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1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P세대라고 하고 G20세대라고도 하는 젊은이들이 매우 합리적으로 또 진정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좌우로 치우치지도 않고…'라며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천안함 P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