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리에서감자를 심고있던 신찬용(78세) 할아버지와 장덕춘(77세) 할머니
이장호
홍수를 대비한 둑 때문에 마을에서 사격장이 있는 여주 남한강의 백석리섬은 길에서 보이지 않는다. 둑에 붙은 30여평의 밭에 감자를 심고 있던 신찬용(78세) 할아버지와 장덕춘(77세) 할머니는 사격장 얘기를 꺼내자 잠시 일손을 멈추고 툭툭 한마디씩 속을 털어낸다.
"여기를 떠나서는 못살아…여기서 죽어야지"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포탄보다 무서운게 타관살이여, 논뙈기 팔고 집 팔아 아파트로 들어가면 편하지 않냐고 하는데…이렇게 농사짓고 살던 우리 같은 사람은 딴 데 가서는 못살아" 길게 뿜어내는 담배연기에는 불안함이 가득히 담겨있다.
신찬용 할아버지는 사격장안에 4천평의 밭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밭농사는 없고 서너 마지기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나마 농사를 져봐도 이양기며 트랙터, 콤바인 빌린 값을 주고나면 남는게 없는 농사일이지만 그래도 '마을을 떠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귀만 막아 해결될 수 있다면궐기대회가 열릴 사격장 앞 둔치로 가는 입구에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 파견대의 초소엔 앳된 얼굴의 병사들이 경계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