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漁父四時詞 (어부사시사) / 윤선도 ♣
봄노래
동풍이 건듯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어사와 지국총 어사와
앞뫼는 지나고 뒷뫼는 나아온다
앞뫼는 지나고 뒷뫼는 나아온다
여름노래
연잎에 밥싸두고 반찬을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은 써있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오느냐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가을노래
수국의 가을이 오니 고기마다 살져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징파(萬頃澄波) 슬카지 용여하라
지국총 지국총 어야디야 어야디야
인간을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겨울노래
간밤에 눈갠후에 경물(景物)이 달랐고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만경유리 뒤에는 천첩옥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사와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 五友歌 /고산 윤선도 ♣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다.
나머지는 그냥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더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水
구름의 빛깔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자주 검어지네.
바람 소리가 맑다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石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쉬이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른 듯하다가 이내 누른 빛을 띠는가?
아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松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잎이 떨어지는데,
소나무야, 너는 어찌하여 눈서리를 모르고 살아가는가?
깊은 땅 속(혹은 저승)까지 뿌리가 곧게 뻗은 것을 그것으로 하여 알겠노라.
竹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시켰으며,
또 속은 어찌하여 비어 있는가?
저렇고도사철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중에 광명이 너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