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학교와 특목고가 동급이라고?

[주장] 연세대, 올해부터 읍면 소재 특목고에도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의 지원자격 부여 예정

등록 2011.04.15 08:59수정 2011.04.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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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부터 조금씩 훼손되기 시작한 대입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의 원칙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2012학년도 연세대학교에서 발표한 '2012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서울캠퍼스)'을 보면, 올해부터 읍면 소재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등 특목고 학생들에게도 농어촌학생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이 입시 요강이 바뀌면 그동안 농어촌학생특별전형에 응시하였던 전국 읍면 단위 소재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농어촌학생특별전형 모집인원이 전체 정원의 4%를 넘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학별 모집인원이 일정 인원수로 제한되어 있는 경우, 특목고 학생들이 단 몇 명이라도 지원하게 된다면, 실제로 읍면 단위 소재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적 학습만 열심히 해온 학생들이 대거 탈락하게 될 것이며, 특히 중3 시절 특목고 진학을 포기하고 읍면 지역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자칫 억울함은 물론 배신감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농어촌학생특별전형 지원 자격과 관련하여, 2008년 9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의 모집인원은 증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이 확대되므로, 그 자격확대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00대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제한될 수는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읍면 단위 소재 과학고는 모두 6개교이며, 외국어고 7개교, 체육고 3개교, 예술고 6개교, 국제고 1개로 총 23개 특목고 학생들이 연세대학교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의 지원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한편 지난달 3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11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결과'에 따르면, 특목고나 자사고 등 전국단위로 학생을 뽑는 학교가 있는 지역의 평균 성적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2012년 연세대 농어촌학생특별전형 모집예정인원이 약 130명인데, 만약 읍면 소재 특목고에서 5명씩 지원했을 때 모집 정원 중 총 115명이 잠식당하는 꼴로, 상대적으로 수능 수준이 낮은 읍면 단위 소재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들은 연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인원은 단지 20여 명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96년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대입전형을 가장 먼저 실시한 연세대가 예고 기간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그 지원자격을 바꾼다면, 이른바 '우수 학생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다른 대학들도 '우수 학생'을 뺴앗기지 않기 위해 지원자격을 연세대처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도 계속 각 대학이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운영 및 지원자격의 원칙을 이런 식으로 자꾸 어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부족한 농어촌의 경우 자칫 수도권 대학의 합격자를 배출하기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이탈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특목고는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의 지원 자격 대상 학교가 아니다. 누군가 무심코 하는 돌팔매가 개구리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잊지 말아 달라.

연세대 측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홍성군 내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탄원서를 받아 다음 주 중 연세대학교에 제출할 예정이며, 연세대 측이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장을 직접 만나는 항의 방문도 계획 중이라고 뜨거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첨부파일
특수목적고현황(연세대관련).hwp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홍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를 쓴 김한수 기자는 충청남도 홍성여자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농어촌 #특목고 #농특 #연세대 #지원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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