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겸 울산 남구청장, 제3자뇌물수수 혐의 무죄

대법 "기부채납 요구는 직무수행"... 선거법 위반은 벌금 90만 원

등록 2011.04.14 15:21수정 2011.04.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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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이 관내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해 자치단체에 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은 직무수행에 불과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1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역 언론사 간부와 기자에게 돈을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김두겸(53) 울산 남구청장에게 벌금 9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김 구청장이 아파트 시공사에 5억 원 상당의 누각 건립비용을 요구한 혐의(제3자뇌물수수 등)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도 "정당하다"며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벌금 100만 원 미만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김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사건에서 김 구청장이 아파트 시행사에 5억 원 상당의 누각을 기부채납 방식으로 요구한 것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이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단체에 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경우 그것은 직무수행에 불과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방단체장이 관내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해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어서, 앞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기부채납 요구가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김두겸 구청장에게 무슨 일 있었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두겸 구청장은 2007년 12월 아파트 시행사 H사의 사장을 구청장실로 불러 "외지 사람이 울산에 와서 사업을 하니 남구 주민을 위해 누각을 하나 지어 주어야겠다. 비용은 5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누각을 요구했다.

H사는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을 빨리 받아야 하고 승인권자인 구청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 김 구청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부채납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약속한 누각을 착공조자 못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2008년 6월 H사 사장 등을 불러 다른 건설사에게 누각 공사대금(5억 원)을 주도록 해 그 건설사가 대신 누각을 지었다. 이에 검찰은 김 구청장을 제3자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김 구청장은 또 2010년 지방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인 사람으로서 2009년 9월부터 2010년 2월 사이 지역 신문사와 방송사의 간부와 기자 등 12명에게 18회에 걸쳐 총 500만 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누각 기부채납 요구... 제3자뇌물수수죄"

1심인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제완 부장판사)는 2010년 6월 김 구청장의 제3자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파트 시행사의 누각 교부행위는 피고인이 담당하는 남구청 관내 아파트 건설공사와 관련된 인·허가 권한과 관련돼 묵시적 부정한 청탁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고, 뇌물을 제공받은 제3자에는 남구청 등과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이 승인·인허가·감독권한 등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 시행사에 5억 원 상당의 누각을 지어 남구청에 교부하게 했고, 또 울산 지역의 신문사·방송사의 편집국장·기자 등 여론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12명)에게 18회에 걸쳐 합계 5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제3자뇌물수수 행위의 액수 및 방식, 기부행위의 대상자 및 이들의 영향력 등에 비춰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제3자 뇌물수수죄의 경우 피고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주민들이나 지역사회에 이익을 위해서 공익적인 견지에서 누각을 기부하게 해 피고인으로서도 큰 죄의식 없이 한 행위로 보이는 점, 공직선거법위반죄의 경우 언론인들에게 1인당 제공된 금액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점, 피고인이 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바가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김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를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에 포함시킬 수 없고, 누각을 기부채납받은 이상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한 것도 아니며, 직무관련성 내지 부정한 청탁도 없어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유죄로 인정한 판결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제3자뇌물수수 무죄... 기부채납 권유는 위법 아냐"

이에 대해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2010년 9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으나, 제3자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내에서의 사업시행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그 사업구역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한 공유재산의 기부채납을 권유하는 행위 자체는 이를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H사 관계자들도 통상 있을 수 있는 기부채납으로 인식하고 있어, 피고인은 어디까지나 남구청을 대표해 H사로 하여금 남구청의 공유재산이 될 재산(누각)을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의사였을 뿐, 피고인 개인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남구로 하여금 뇌물을 수수하도록 하는 의사가 아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유재산에 편입될 재산의 기부를 채납하는 등의 행위는 법령상 자치단체를 대표해 자신에게 위임된 사무를 관리·집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자치단체가 기부채납재산을 취득하는 것도 법령에 따른 공무집행의 결과일 뿐이므로, 단체장의 자치단체를 위한 공무집행행위와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제3자 뇌물수수죄에 있어서의 제3자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요컨대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누각을 기부채납 받은 것이 아니라 남구청을 대표해 H사에게 기부채납을 권유하고 H사가 기부채납의사를 표시하자 이를 승낙하는 등의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므로, 그 직무수행의 적정성이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어느 모로 보나 제3자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제3자 뇌물수수 #지방자치단체장 #기부채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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