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며 분신사망한 택시노동자 고 허세욱씨의 장례행렬이 2007년 4월18일 오전 고인이 치료받았던 서울 한강성심병원을 떠나 노제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4월 1일, 스스로 불태워 세상을 두드린 그의 편지가 공개되었다.
망국적 한미FTA 폐지하자.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지하라. 나는 이 나라의 민중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비열한 반통일적인 단체는 각성하고 우월주의적 생각을 버려라.졸속 밀실적인 협상 내용을 명백히 공개 홍보하기 전에 체결하지 마라. 우리나라 법에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은 곧 술책이다. 의정부 여중생을 우롱하듯 감투쓰고 죽이고 두번 죽이지마라 여중생의 한을 풀자.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이전, 한미FTA 토론한 적 없다.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 실제로 4대 선결조건, 투자자 정부제소건, 비위반제소권 합의해주고 의제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로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다. - 민주택시 조합원 2007.4.1 허세욱 드림.그가 세상을 떠난 4월 15일, 두 번째 유서가 세상에 나왔다.
한독식구. 나를 대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읍니다. 나는 절대로 위에 설려고 하지 안았읍니다. 모금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동지들에게 부탁(나를 아는 동지)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 뿌려서 밤새도록 미국놈들 괴롭히게 해주십시요. 효순미선 한을 갚고. 돈 벌금은 내돈으로 부탁. - 2007. 4. 1.문인들은 가난하니 장례식에서 부의금을 받지 말라던 게 박완서 선생의 말이던가. 이 노동자는 스스로의 몸에 불지를 준비를 하는 그 찰나에도 비정규직의 주머니를 걱정했다.
괴로워하지만 말고, 무엇이든 하자또 한번의 4월 15일이 돌아온다. '나는 나를 버린 적이 없다'던 그의 고결한 영혼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우리를 버리고 살고 있을까.
수십 년을 해고노동자로 살고 있는 한 노동자(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는 한진중공업이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크레인 퇴거, 사업장 출입금지)이 받아들여지면서, 하루에 벌금 100만 원을 내야할 처지에 놓였음에도 85호 크레인 위에서 100여 일을 보내고 있다. 또 한 하청노동자(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강병재 의장)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탑에 올라 맨 몸으로 '우리'를 버리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황사와 방사성물질로 '외출'을 자제하는 일상에서 거리로 거리로 나서는 재능교육 선생님들이, 발레오 공조 노동자들이, 전주 버스 노동자들이, 롯데 손해보험 청소 노동자들이 또 수만의 노동자들이 일상의 무심함 속에 싸우고 있다.
날라리 외부세력들이 청소 노동자의 편이 되고, 가수와 의사와 레슬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상처를 함께 씻어내기 위해 난장을 벌이고 있다. 가슴 저리는 또 하나의 이름 앞에 괴로워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기보다, 무엇이든 하자. 소주 한 병 값의 후원도 좋고, 응원의 글도 좋으니 뭐든 좀 하면서 부채를 씻자. 그것이 그들이 그토록 원한 '내일'을 우리가 사는 방법이 아닐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미군기지에 뿌려주십시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