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리유적출토 금제품 제작흔적왕궁리유적에서 수습된 금은 제품 생산 전단계인 재료 상태의 금막대, 금종이, 금덩어리와 이러한 재료를 이용한 금연꽃구슬, 영락, 연결고리, 금구슬, 금판, 금못, 제품 생산과정에서 남은 금판 편 등이 수습되어 금의 제련, 정련과 함께 세공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진숙
서동설화의 거짓서동설화의 진실이 금이라면 거짓의 열쇠는 미륵사입니다. 미륵사를 만든 사람은 선화공주가 아니라 사비로 천도한 이후 멸망할 때까지 백제를 좌지우지 했던 귀족 사택가문 사람인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했으니까요.
'서동설화'를 거짓말로 만들어 환타지세계로 인도하는 사람은 지명법사입니다. 지명법사는 신통방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람들은 지명법사이야기를 듣고 서동설화는 꾸며낸 이야기란 걸 알게 될게 뻔합니다. 현실적으로 지명법사가 한 모든 일은 불가능한 일들 뿐이니까요.
그러면 왜 거짓을 만들었을까요? 거짓은 진실의 그림자라고 합니다. 이 거짓말 속에 담겨진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를 백제 무왕의 관점에서 보면, 금을 얻어 왕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선화공주의 관점에서 보면 달라집니다. 궁극적 목적은 무왕을 졸라서 미륵사를 짓는 것입니다. 즉 미륵사를 짓는데 돈을 댄 것은 사택적덕의 딸이자 백제무왕의 진짜 왕후이지만 그 미륵사를 짓도록 졸랐던 사람이 바로 선화공주인 것입니다. 물론 선화공주는 실존인물이 아니라, 미륵사를 짓도록 만든 민심이 만들어낸 환상의 인물로 보입니다.
무왕은 이름그대로 전쟁에 모든 것을 걸었던 임금입니다. 성왕때까지 전쟁은 고구려와 벌였으니 백제 북쪽 백성들이 고달팠을테지만 그 이후부터는 신라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옛가야땅을 두고 백제 무왕은 신라 진평왕과 무려 13번을 싸웠습니다. 이중에서 신라가 백제를 공격한 것은 단 두 번뿐이었습니다.
물론 이 전쟁은 왕실의 권위를 되찾아오는데 성공하게 했습니다. 왕실이 강하면 외척이나 환관이 힘도 강해지듯 당연히 이 전쟁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무왕과 무왕의 왕후가문인 사택가문이었습니다.
미륵사는 미륵이라는 미래의 부처가 내려와 전쟁에 지친 백제인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신라와의 전쟁에 지긋지긋해진 백제인들은 당시 두나라 왕이었던 무왕과 진평왕의 화해를 꿈꿨습니다.
서동을 임금으로 만들어 준 왕궁리 금은 이곳 백성들이 채취하고 이곳 백성들이 세공했습니다. 지명법사의 신통력이란 것도 결국 이곳 백성들의 고단한 노동의 댓가였던 것입니다. 그 결과 왕이 되었고 진평왕의 신라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백제 무왕에게 귀족을 제압할 왕권을 손에 쥐어준 것은 익산 주변 백성들의 힘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지명법사의 신통력이 아니고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무왕을 임금으로 만들어준 익산의 백성들은 무왕의 전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선화공주가 태어난 것은 이때였을 것입니다. 제발 전쟁을 끝내자는 그들의 외침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던 것이지요. 무왕에게 금을 주어 왕이 되게 해주었던 그 공주님은 평화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미륵사를 지어달라고 졸랐다. 미륵불이 나타나 그들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무왕도 그 왕후도. 권력을 가져다준 그들이 고마웠으니까요.
'서동설화'의 거짓은 익산 백성들의 꿈이란 진실의 그림자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