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3인 큰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딸과 함께 부녀간에 오붓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자주 다녔던 감자탕 집이 있다. 몇년만에 온터라 큰딸은 여길 자주 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감자탕을 맛있게 먹던 큰딸이 질문을 던진다.
딸아이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고 있는 순간 옆에 있던 주인 아저씨가 우리의 얘기를 들었나 보다.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이 이어진다.
이어 감자탕의 달인 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이어진다.
"감자탕에 감자가 들어가서 감자탕이 아니지~롱."
"감자탕의 감자가 뭐냐면 뼈다귀 속에 있는 하얀 줄(심줄)이 감자거든."
"다른 곳은 감자탕에 감자를 넣는데 우리집은 뼈다귀에 우거지가 들어가서 우거지 감자탕이라 불러."
감자탕 집에 오니 별걸 다 배운다. '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 인가요'의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는 새가 아니라 억새풀을 지칭하고, '세발낚지'는 새처럼 발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가늘세(細 )를 써서 발이 가는 낙지를 뜻한단다. 감자탕에 감자를 넣어서 감자탕이 아니란다.
음식의 종가 남도지방 여수에 오면 유명한 감자탕 집이 많다. 이중 평화식당은 20년째 한자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고 있다. 감자탕의 달인 김정혜(53)씨는 이곳에서 4남매를 키웠다. 감자탕 해장국 집으로 키운 막내 아들이 벌써 고등학생이다.
평화식당의 주요메뉴는 감자탕, 추어탕, 순두부다. 이중 으뜸은 시래기로 만든 감자탕. 반찬은 그날 그날 장을 본 신토불이 식단이 맛깔스럽다. 이곳은 아침, 점심, 저녁시간대에 손님이 골고루다. 이중 아침시간이 가장 피크다. 밤근무를 마치고 나온 여천공단의 교대근무자들이 해장국을 먹기 위해 몰리기 때문이다.
감자탕이 만들어 지는 주방을 둘러 보는데 주인 아저씨가 요즘 감자탕에 들어가는 시래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음식기사를 취재하다 보면 십중한둘(十中一二)은 주방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데 이곳은 주방이 손님들에게 오픈되어 있다. 손님들이 주방에서 푹 삶고 있는 감자탕을 자주 본다는 것. 일단 주방이 청결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감자탕의 원료는 등뼈이다. 감자탕으로 잔뼈가 굵은 달인의 감자탕 노하우를 직접 들어보자.
"우리집은 등뼈를 삶아서 핏물을 뺀 다음 깨끗이 씻고 두벌을 푹 고웁니다. 거기다 우거지에 된장, 고추, 마늘등 양념을 뼈다귀에 버물러 다시 푹 끊이죠. 그렇게 몇 시간을 끊이면 뼈다귀에서 감자탕의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와 국물이 시원합니다"
육수 따로 고기 따로인 체인점과는 달리 찜통에서 푹고운 것을 뚝배기 그릇에 떠서 다시 양념을 넣고 끌이면 요리 끝. 남도음식의 게미가 오롯이 베어 있다.
감자탕은 원래 전라도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인데 돼지의 척추뼈를 전라도 지방에서는 감자라고 불렀다. 돼지뼈 사이의 노란기름이 도는 고기부위가 감자라고 한다. 그 유래는 삼국시대 때 돼지사육으로 유명한 전라도 지방에서 '소뼈'대신 '돼지뼈'를 우려내어 뼈가 약한 환자나 노약자들에게 먹게 하여 치유와 예방을 했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단다. 또한 감자탕의 원료인 돼지 뼈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B1 등이 풍부하여 성장기의 어린이나 노화방지나 골다공증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끌고 있다.
감자탕에 감자 없다고 투정부리는 분, 이제 감자탕도 제대로 알고 먹자. 그리하면 그 맛도 배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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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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