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종류의 오키나와 천연설탕
이윤기
아마 기대했던 그런 선물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오키나와 여행을 하는 동안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특산품이면서 몸에도 좋은 '천연설탕'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마음과 달랐던 모양입니다.
저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정제 백설탕이나 백설탕에 색깔을 입힌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먹지 않습니다. 설탕과 물엿 등 정제당의 폐해를 알고 난 후부터 집에서는 값이 조금 비싸도 유기농 설탕을 사서 먹거나 혹은 꿀, 조청 등 대체품을 이용합니다.
그런 제 경험 때문에 오키나와 천연설탕을 제 딴에는 좀 넉넉하게 사왔습니다. 사실, 오키나와는 일본이기 때문에 환율도 비싸고 물가도 비싸 충분한 양을 사올 수는 없었습니다.
벌레도 안 먹는는 정제설탕은 사람만 먹는다 몇 년 전에 명상 공부를 하러 발리에 있는 아쉬람에 갔을 때 그곳에서 현지인들이 먹는 천연 설탕인 '굴라'를 커다란 등산 배낭에 가득 사온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도 제법 많은 양이 남아 2년 동안 두고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년 째 되던 해, 냉장고에 보관하던 천연설탕 '굴라' 덩어리를 냉장고 밖에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더군요. 슈퍼에 파는 정제 설탕은 아무리 오래 두어도 벌레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설탕 덩어리에서 벌레가 생기는 것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벌레가 생기는 설탕은 영양분이 살아있는 설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때는 벌레가 생긴 설탕은 더러워서 못 먹는다는 생각만 하느라 '굴라' 덩어리에 벌레가 생긴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으면 분명히 인증샷을 남겨두었을 텐데요.
단맛만 나는 정제당은 아무런 영양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 몸에서 당 대사를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정크푸드이지요. 이야기가 조금 딴 데로 샜군요.
오키나와 전통 방식 제당법아무튼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천연설탕'도 많이 먹고, 많이 사왔지만, 오키나와에서 전통 방식으로 천연설탕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유장근(경남대 사학과) 교수께서 준비하신 자료 덕분에 오키나와의 전통 설탕 제조 과정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지요.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흑설탕이 처음으로 오키나와에서 만들어진 것은 1623년이며 그 이래로 383년간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흑설탕은 오키나와의 특산물로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오키나와 현민 가운데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지금까지 천연설탕을 먹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