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 종결자 타이틀을 얻기 위한 거센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올림푸스 XZ-1(왼쪽)과 루믹스 LX5.
올림푸스, 파나소닉 홈페이지 갈무리
4년 전 처음 기자가 됐을 때, 500만 화소짜리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이하 '똑딱이')를 들고 다녔다. 거금 25만 원이 들어간 이 똑딱이는 강원도 수해 현장, 매향리, 화물노동자 1박2일 동행 취재에서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점점 내 손에서 멀어져갔다. 사진기자들의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 앞에서 꺼낼 용기가 없었던 탓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당당히 똑딱이를 들고 다닌다. 보통의 상황에서 이 조그마한 '똑딱이'가 '아반떼' 중고차 한 대 값인 고성능 카메라만큼 잘 찍힌다(고 느낀다). 수동조작이 가능하고 휴대하기 간편하다. 사진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화질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없다.
내게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준 것은 지난해 9월 출시된 '루믹스 LX5'(이하 'LX5')다. 파나소닉에서 만든 LX 시리즈는 '똑딱이 종결자'로 불린다. 이미 똑딱이 세계를 평정하고, 상급 기종으로 렌즈 교환이 가능한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크기를 작게 한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에 도전 중이다.
헌데, 최근 LX5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바로 올림푸스에서 지난 1월 내놓은 'XZ-1'이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한 것이다.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에선 "LX5와 XZ-1 중 하나를 추천바랍니다"라는 글이 쏟아진다. LX5 사용자인 기자 역시 궁금했다. 어떤 똑딱이가 '종결자' 칭호를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LX5의 공격] 넓은 화각으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시원함LX5와 XZ-1의 기본 성능은 막상막하다. 두 똑딱이 모두 1000만 화소 남짓한 해상도를 보여준다. "1000만 화소 '폰카'도 있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좋은 화질의 사진을 만드는 데 화소는 부차적인 요소다. 필름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크기와 렌즈가 더 중요하다.
두 똑딱이는 똑딱이 중에서도 큰 크기의 이미지센서(1/1.63인치)를 자랑한다. 이 센서의 크기와 함께 곧 살펴볼 렌즈의 성능이 수많은 똑딱이 사용자를 울리는 배경 흐림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자, 이제 똑딱이 세계의 두 강호가 벌이는 건곤일척의 격돌을 살펴보자.
먼저 LX5의 공격. 처음 LX5를 받아본 사람은 카메라 앞 왼쪽 하단에 황금색으로 표기된 'L'이라는 글자에 뿌듯함을 느낀다. 명품 라이카(Leica) 인증 렌즈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넓은 화각(카메라의 시야)은 만족도를 높인다. LX5는 최대 24㎜(초점거리)의 화각을 자랑한다. 이 정도면 DSLR에서도 퍽 괜찮은 넓은 화각이다.
XZ-1의 화각은 최대 28㎜에 그친다. 카메라의 시야가 좁다는 뜻이다. 아래 사진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찍은 사진인데, XZ-1의 사진을 보면 LX5의 사진과 비교해 건물과 뒤쪽 산이 잘려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 친구 사진을 주로 찍는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풍경을 담을 때는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