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는 5일 저녁 진주에서 "지역공동체가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윤성효
"2004년 독일 뮌헨에 갔더니 평생교육기관이 있었고, 한 학기 강좌가 1만3000개였다. 그 때 <독일 사회를 인터뷰하다>라는 책을 냈다. 외국을 다녀온 뒤 책을 쓸 때는 문익점 선생 같은 심정으로 쓴다. 뮌헨은 공부 중이었다. 시민도 공부하는데, 의원들도 공부해야 한다."지방자치에 대해, 그는 "관선시대보다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시행착오가 너무 많다. 자치단체장 문제 심각한데, 한 지역에서 왕과 다름없는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아무런 비전이나 정책, 콘텐츠,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21세기인데 완전히 19세기로 거꾸로 가는 단체장이 많다. 이것도 주민 책임이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를 설명하면서 동춘서커스를 사례로 들었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이 지배하는 시대다. 문화예술이 밥 먹여 주느냐고 하지만, 밥 먹여 준다. 동춘서커스는 목포에서 시작됐다. 요즘 서커스가 안된다고 하는데, 목포에 서커스 천막을 치고 365일 공연하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 옆에 국립 서커스학교를 만들어라고 한 적이 있다. 왜냐. 캐나다 토론토에 '서커스단'이 있다. 예술적 상상력으로 서커스를 만들었다. 재작년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해서 한 달에 100억 정도 벌어갔다.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은 경제는 굴뚝산업만 생각한다. 서크스단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낳고 있다." 용산 참사 현장 사진을 보여 준 박원순 상임이사는 "제가 용산에 살았어도 저항했을 것이다. 제 의지와 관계없이 쫓아내면 가만 있겠나"라고 말했다.
"뉴타운 프로젝트는 죽음의 재개발이다. 재개발 이익을 대기업 건설회사가 챙겨가는 것이다. 주민 70% 이상은 그 동네에 못 살고 쫓겨난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자본주의라고 해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라고 해서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자기 집 안에 있는 나무도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한다. 도시 숲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는 "21세기는 '오일 피크 시대'다. 석유 사용량이 제일 많다. 석유는 앞으로 30년이면 고갈될 것이다. 다음 세대는 석유가 동이 나는데, 우리는 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영국의 경우 화석 의존 도시에서 생태적 전환 도시로 가고 있다. 그런 전환도시가 100개나 된다"고 소개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의 사진을 보여 준 그는 "우리 조상의 지혜는 대단했다. 마을 구조를 보면 기가 막히게 설계 했다. 산이 있고 계곡과 강이 흐른다.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 온다"면서 "바람길까지 배려하는 설계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