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을 위한 작은 음악회'에서 유시춘 작가가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유성호
소설가 유시춘씨는 "김씨와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불의한 권력이 맺어준 우리는 천륜보다 더 큰 인연을 갖고 있다"며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참담하게 부끄러워했던 적이 서너 번 있는데 그 중 한번이 김은숙과 관련돼 있다"고 긴 얘기의 서두를 열었다.
유씨는 "전국 36개 교도소에 정치범만 1만여 명이던 86년 겨울을 기억하느냐"며 "그해 겨울이 유난히도 길고 추웠다"고 말했다. 그는 "NL당, 반제동맹당 등 고문용공조작으로 24시간 고문 당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그때 그 고문의 기록을 역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냈는데 그때 고문 당한 얘기를 써주었던 사람이 김은숙"이라고 전했다.
당시에 고문 당하고 잡혀 갈까봐 두려워 이름도 쓰지 못하고 결국 비겁하게 민가협이라는 단체 뒤에 숨었다고 밝힌 그는 "출옥 후 한달밖에 되지 않은 김은숙에게 글을 부탁했었고 김은숙은 그 글을 써줬다"며 "그때 김은숙이 비겁한 나를 참담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김은숙은 만인의 자유를 위해, 만인의 인권을 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청춘을 묻었다"며 "결코 강하지도 무섭지도 않은 목련처럼 단아하고 고운 사람"이라고 말하고는 울먹였다.
작곡가 윤민석씨는 "민중가요를 만들었던 윤민석"이라며 "요즘엔 생계 때문에 노래를 때려치우고 비정규직으로 여기저기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제 아내도 같은 병을 앓고 있어서 암의 이응만 들어도 목이 턱턱 막힌다"며 "책으로만 만났던 김은숙님이 편찮으신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주로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이 자리에선 노래 한 자락 바쳐 올리는 게 최대한의 경의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새 노래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불렀다.
<노동의 새벽>을 작곡한 최창남 목사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삶을 다 바친 사람들이 많다"며 "난 도대체 뭘 하고 살았나 하며 지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오니 그래도 정말 희망이 많이 있구나 싶다"고 말하고 노래를 불렀다.
90년대 한총련 운동을 했다는 황선씨는 "1980년대의 성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니 오늘의 시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며 <당신은>이라는 시를 지어 발표했다.
모금액 6천만원 돌파...함께 해주어 감사하다 인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