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이 부산가정법원으로 승격, 오는 11일 이용훈 대법원장,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부산가정법원의 개원은 1963년 서울가정법원이 설치된 후 약 50년 만의 일로, 전문법원으로서 가정법원의 설치는 2번째다.
대법원은 부산지법 가정지원의 승격에 따른 부산가정법원 개원에 대비해 기존 인력에 2010년 전문조사관 2명을 추가 채용했고, 2011년 정기인사에서 법관 2명을 증원했으며, 현재 전문조사관 3명에 대한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써 부산가정법원은 총 11명의 법관으로 합의부 및 항소부 1개, 가사단독 재판부 5개, 소년보호 재판부 3개를 구성하게 됐고, 전문조사관은 7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래도 독립된 청사를 갖기에는 소수 인력인 탓에 일단 부산가정법원은 부산지법 12층에 마련했고, 부산가정법원장은 박흥대 부산지법원장이 겸임한다.
이와 함께 부산가정법원의 개원에 이어 2012년 3월1일에는 대구지법 가정지원, 광주지법 가정지원, 대전지법 가정지원이 각각 대구가정법원, 광주가정법원, 대전가정법원으로 승격 설치될 예정이어서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으로서 위상을 갖추게 됐다.
대법원은 "가정해체, 청소년비행, 다문화가정의 확산으로 인해 가사ㆍ소년보호사건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따지는 종래의 사법절차만으로는 가정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 가정문제를 전문적ㆍ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정지원에 비해 물적ㆍ인적 설비가 확충된 전국적 조직의 가정법원이 설립되면, 국민들은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전문법원인 가정법원에서 가정ㆍ청소년 문제에 관한 상담 및 조언과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 설립될 가정법원은 판결 전에 이혼을 신청한 당사자에게 건강한 이혼을 위해 전문가에 의한 부부상담을 시행하고, 미성년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이혼 후의 자녀양육 방법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문적인 카운슬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에는 이혼소송 중인 부모와 미성년자녀가 함께 하는 캠프 활동을 통해 상처입은 가족관계를 회복시키기도 하고, 아울러 판결 뒤에도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독하고 잘못된 경우 이를 시정하게 돼 대국민 법률서비스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소년보호사건의 경우, 종전의 법원이 소년의 처벌에만 치중하고 소년이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데에 무관심했다면, 새로 설립되는 가정법원은 소년이 비행에 이르게 된 가정환경을 파악해 정서적으로 소년을 지원해주고 유관기관과 연계해 학업과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소년이 다시 범죄자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선도하게 됐다.
여기에다 판결 선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결에서 정해진 조건을 소년이 잘 이행하는지 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고, 가해자인 소년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종전에 사법절차에서 소외됐던 피해자가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대법원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도 가정법원이 설치됨으로써 가사ㆍ소년 사건의 특수성에 기초한 차별화되고 전문화된 사법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져 서울과 지방 사이의 현저한 사법서비스의 불균형이 시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혼 당사자 또는 비행소년의 잘잘못을 '심판하는 사법'에서 나아가, 그들을 후원하고 치유하는 '돌보는 사법'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수원, 인천, 울산, 의정부, 전주, 청주 등지에도 장차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가정법원을 설치함으로써 전국적으로 가정법원 및 그 지원의 조직체계를 구축해 전 국민이 가정법원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