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송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불길 앞에 놓았습니다.
황주찬
소방대원이 다급한 마음에 나무에 묶인 줄을 풀려하지만 연신 접근을 못하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큰 불 앞에 당황하기 마련인데 그 어미 소들은 코앞까지 불길이 번져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한 번씩 바람이 불어오면 흰 연기 덩어리가 사정없이 몰려와 숨쉬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오로지 관심은 온통 어린 새끼에게 있습니다. 이리저리 돌아가며 새끼를 보호합니다.
결국, 소방대원은 소를 끌어내지 못하고 불길이 더 이상 소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소방호스로 연신 물을 뿌립니다.
가끔 언론에서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의 품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를 볼 때 모성의 지극함을 느낍니다. 그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경황 중에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존경스러웠는데 오늘 그 현장을 봅니다. 그 모습이 또 다른 감동입니다.
두어 시간의 사투 끝에 큰 불길은 잡히고 소방대원들도 한숨을 돌립니다. 그러나 흰 연기는 끊임없이 나오고 검은 재는 온몸을 감쌉니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뒤늦게 주인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우는데 현장의 처참함과 더불어 통곡 소리가 더 크게 울립니다. 그나마 키우던 소가 무사해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불길처럼 닥쳐오는 시련, 가족이 있어 고맙다그렇게 퇴근길에 접한 화재현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현관문을 여는데 평소 퇴근시간 보다 늦은데다 매캐한 연기를 달고 온 저를 아내가 타박합니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아내와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여러 어려움을 만납니다. 어떤 시련은 뜨거운 불길처럼 닥쳐옵니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어 견뎌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불길 속에서 생명을 내놓고 어린 소를 빙 둘러싼 어미 소의 모정은 저에게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언제나 조심해야할 일이 불입니다. "물난리 나면 건질 것 있어도 불난리 나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는 늙은 노모의 말이 생각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복지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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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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