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들에는 대부분 빨간펜 정답, 파란펜 해설이 달려있다. 교사들이 학생 나누어주지 못하도록 바뀐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 많은 책들 답 안 써 놨으면 책값 부담되는 학생들 그냥 나누어줄텐데....
김행수
이렇게 오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 겉표지에 "교사용", "연구용", "강의용"이라고 쓰인 인장 또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책장을 넘겨보면 문제 아래에 빨간색 또는 파란색으로 정답과 함께 해설을 적어 놓았다. 길게 풀어서 쓰자면 '학생들 주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선생님 책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요즘엔 선생님이 없으면 학생들이 자기 책처럼(혹시나 시험문제 같은 것 표시해놓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선생님 책을 넘겨본다. 정답과 해설이 쓰인 강의용 교재라는 것을 알면 선생님에게 장난으로 "우~" 하고 야유를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교사용 교재를 들고 수업에 들어가는 교사는 거의 없다.
정답과 해설을 모두 써 놓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학생에게 공짜로 못 주게 하려고 이렇게 바꿨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정답과 해설을 써 놓지 않은 책들이 가끔 있다. 출판사에서 교사용을 따로 만들지 않았거나, 가끔은 판매용이 잘못 배달오기도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이런 책을 무척 좋아한다. 이런 책을 골라서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선생님들이 있다. 가능하면 교사용이라는 표식을 지우고…. 오늘도 "여기 있는 책 가져가도 돼요? 기초 학생들이 볼 만한 영어 책 없어요?"하고 묻는 착한(?) 교사들이 책장을 기웃거린다.
이렇게 학기 초마다, 방학 때마다 전국 3천여 고등학교로 수백 권씩 배달되는 책의 양은 엄청날 것이다. 교무실을 출판사 재고 창고로 만들며 먼지 덮어쓰게 하지 말고, 아예 출판사에서 학생들도 볼 수 있게 파란색, 빨간색 해설 없이 그냥 만들어주면 안 될까? 아니면 보지도 않는 교사들 말고 학생들에게 장학사업으로 기증하는 것도 괜찮고…. 그것도 아니면 이런 거 갖다주지 말고 그만큼 책값이라도 내리든지…. 해마다 3월이면 드는 생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