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지역에 내걸린 신공항유치 현수막]밀양지역도 만만치 않다
이성홍
부산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아예 가덕도 해안가 바다에 공항을 앉히겠단다. 마음만 먹으면 무한정 늘릴 수도 있고, 소음피해나 주민피해도 거의 없고, 친환경적이까지 하단다. 그런데 접근성이 문제다. 다른 지역이나 도시는 고사하고 부산만 하더라도 남쪽의 가장 외지고 교통이 불편한 곳까지 비행기를 타러가야 한다. 그렇다면 국제선은 몰라도 국내선은 아예 포기하자는 말인가. 기존의 김해공항도 KTX와 연결도로망의 확충으로 국내선 이용객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그냥 '오지마라'고 외고 다닐 일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환경에 신경을 썼는지 '친환경'이란다. 아다시피 가덕도 해안은 낙동강 하구와 인접한 지역이며 철새도래지로 공항이 개발되고 비행기가 오르내리면 당연히 큰 피해를 입게 되며 이른바 이착륙 시 충돌 등 큰 사고의 위험성도 상존한다. 그리고 바다를 에둘러 벽을 쌓고 거기에 바다모래를 퍼올려 채우겠다는 데 해양오염 및 바다속 생태계는 문제가 없는지, 무엇보다 공사중 3중 오탁막을 설치하겠다는 주장은 거센 파도와 조류에 견디는 도깨비빤쯔 재질과 시설공사가 가능하다는 말인지, 더구나 현재 4대강 오탁방지시설의 현실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해상공항이 세계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파도나 해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만이나 내해에 건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간사이 공항의 예가 그러한데 그럼에도 지반침하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접근성 등 실패한 경우로 손꼽히고 있다.) 계속되는 지반침하피해나 이번 일본대지진에서 보듯이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나 태풍, 해일 피해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2. 첩첩산중, 허허바다 경제적 타당성은 있는가앞에서 경제적 타당성을 전제로 한 후보지 두 곳의 입지조건을 살펴보았는데 실제로 1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장기국책사업에 있어 우선적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중요하다. 첩첩산중이든 허허바다든 과연 경제적 타당성은 있는가.
이날 어느 토론자의 말대로 밀양의 문제점을 보려면 부산쪽 자료를 보고, 부산의 문제점은 밀양쪽 주장을 살피면 된다는 말처럼, 양쪽 다 문제점 투성이다. 그런데 양쪽의 주장을 보다보면 최소한의 객관성이나 합리적 자료에 근거하기보다 부풀리기, 헐뜯기, 제논에 물대기식의 기본적인 예의나 양식도 갖추지 못한 이전투구식 광고팸플릿을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공사비는 양쪽 주장이 왜 그리 차이가 나는지, 어쨌든 두 곳 다 최소 10조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어갈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준비하면 2025년 이후에야 공항구경을 하게 된다. 지방정부가 언제부터 이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개발계획에 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당연히 수요예측이 필요한데 이 장면에서는 두 곳 다 이견이 없다. 수요는 빵빵하며 공항만 건설되면 없던 수요도 생기고 만들 판이다. 과연 그러할까.
1) 국내선 이용객 큰폭 감소, 양양·무안공항의 예일단 국내선의 경우 앞에서 보았듯이 가덕도든 밀양이든 기존의 김해공항보다 접근성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이용객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공항입지에 있어서 건설비용과 아울러 접근비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는 이용객이 지속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으로 그 비용의 증가는 끝내 공항수요의 감소로 귀결됨은 자명한 이치다. 이 문제는 이미 양양공항, 무안공항의 실패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양양공항과 무안공항은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건설된 대표적 공항으로서 지역중심(hub)공항으로 태어났으나 기대와 달리 이용승객의 외면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양양공항의 경우 강릉과 속초 사이에 건설되어 '동해안시대의 관문' 구실을 하기를 바랐으나 오히려 기존의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의 이용객에도 못미치면서 2008년 10월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운영하고 있는데 공항수용능력의 0.3%에 그치고 있다. 양양공항이 실패한 것은 강릉과 속초 양쪽 모두 접근성과 경제성이 떨어진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남지역의 중심(hub)공항으로 광주와 목포 사이에 건설된 무안공항도 마찬가지다. 광주와 목포 양쪽 모두에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수용능력에 비해 현재 운항편수는 1%미만, 여객은 2%만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고 오히려 기존의 광주공항의 국제선을 재개해달라는 요구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정거리를 가진 도시들 사이에 공동이용공항을 건설하여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연인원 8백만명(국제선 3백만, 국내선 5백만)의 여객을 달성하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으나 이미 2003년에 여객 8백만을 달성하였으며 KTX 개통 이후 7년이 지나서야 8백만명을 회복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가덕도에서 국내선을 이용할 경우 승객은 급격히 떨어질 것 아닌가. (김해공항의 경우 김해경전철 사업추진으로 접근성은 더욱 나아질 것이다.)
2) 국제선 수요전망과 허브공항의 한계 또한 국제선의 경우 새 공항이 없어서 인천공항을 이용하였는가. 문제는 공항이 아니라 노선이다. 이용객 수요가 늘어나면 새롭게 노선이 증설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정기편 운항기준 김해공항의 국제선 이용 여객은 295만명 수준으로 그중 일본이 129만 명, 중국이 77만 명으로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태국 21만 명, 필리핀 21만 명, 베트남 20만 명, 홍콩 12만 명 정도로 동남아지역이 대부분이며 그만큼 수요가 편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현재 미주, 유럽노선의 경우 현실적 한계가 있으며 당장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하여 없던 수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국제선을 이용하는 동남권 승객수는 연간 140만 명으로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수의 절반수준으로 3천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경남은 몰라도 대구 경북 울산의 경우 시간, 거리, 편의성 등을 이유로 그대로 인천공항을 이용하기 쉬울 것이다. 이와 함께 2025년 기준 연간 2천만 명의 항공수요를 추정한다면 김해공항 이용 대비 추가비용액수가 1인당 5만 원 기준으로 따져보면 5조 원에 달한다.
다음에 항공기소음의 경우 현재 김해공항의 경우 이로 인해 피해주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소음피해가 심한 편은 아니며 이도 대부분 군용기소음피해가 훨씬 심하다고 할 때 중요쟁점은 될 수 없다. 그리고 24시간 운행문제는 현재 인천공항의 경우 화물을 뺀 여객기준으로 전체 5.6%에 지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도시에 인근한 공항의 경우 24시간 운영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