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김어진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비싸고 번쩍번쩍한 카메라는 아니지만 조그만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먹음직스런 회룡포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을 어느 정도 찍고 나서 다른 사람들도 회룡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자리에 나와서 회룡포로 내려갔다.
회룡포로 내려가는 길은 자갈과 모래가 많아 미끄러워 여러 번 자빠질 뻔 했다. 넘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다 내려와 그 유명한 뿅뿅다리에 도착했다. 뿅뿅다리 밑으로 흐르고 있는 내성천은 물이 깊지도 않고 물 속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과 자갈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로 맑았다.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뿅뿅다리를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사람이 건너오면 보통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뿅뿅다리는 폭이 매우 좁고 울타리 같은 것도 없어서 건너편에 사람이 오면 한 쪽은 가만히 서서 앞에서 오는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더군다나 나는 카메라까지 들고 있어서 건너편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지나가다 나를 툭 부딪쳐서 물 속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긴장을 많이 했다. 카메라만 없었더라면 뿅뿅다리를 건너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을 것이다.
무사히 뿅뿅다리를 건너고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회룡포 모래사장을 가까이서 보니 미리 SOS 모양으로 선이 그어져 있었고 선 옆에는 막걸리 병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술은 싫어하지만 여기 있는 막걸리를 보자 퍼포먼스 하러 온 기분보다 마치 잔치나 축제를 하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은 지역별로 나뉘어 앉았고 우리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은 맨 첫 글자 S 부분에 앉았다.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점심을 김밥으로 먹고 모래사장에 앉아있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착하고 SOS 모양이 만들어져 갈 때쯤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람들이 나보고 전망대에 빨리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는 산에 올라가는 동안 퍼포먼스가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런 장면은 두 번 다시 찍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테니 전망대 위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