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 김건모
MBC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나가수'식 해법인 '석패율제'를 내놓고는 오랜만에 여당과 야당이 한마음이 되었다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석패율제란 국회의원 선거 때에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할 수 있게 하고,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근소한 차이로 낙마한 유능한 인재들이 나라에 봉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주의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단은 국회의원을 해야만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다수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둘째, 유권자가 외면한 정치인을 부활시키는 것이 문제다. 셋째, 이러면 소수야당이나 현재 여성이나 장애인 등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여당과 거대야당이 자기들끼리 다 해먹겠다고 야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종의 나눠 먹기인 것이다.
이번에 '나가수' 파문과 '석패율제'는 전혀 다른 내용 같지만,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몇몇 사람이 약속과 규칙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재도전을 감행한 '나가수' 경우에도 인간적인 면만 보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석패율제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약속과 규칙을 몇몇 강자가 깨뜨렸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가수'에 나온 7명의 가수와 매니저, 연출자, 스태프들이 500명 평가단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후 논란이 일자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하고 있다는 것 등등. 그들은 오히려, 문제제기를 하는 시청자들이 문제인 것처럼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 시작은 지극히 인간적이었지만, 남은 것은 피차간 상처뿐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의도가 나쁘지 않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만일, 재도전이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규칙대로 진행했다면 '나가수'는 물론이요, 김건모도 부끄러울 것 없는 무대였을 것이다. 모두가 승리할 기회였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모두 패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것이다.
국회의원 말고 차라리 입시를 그렇게 바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