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0월 28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남소연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처럼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1.6%의 이용량 때문에 복지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본인 부담을 인상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외래를 이용할 경우 처방전을 받아 약국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률을 현재의 30%에서 60%로 높이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이 안건은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 지난 3월 18일에 상정되었다가 반발에 부딪혀 결정되지 못하였으나, 복지부는 뜻을 꺾지 않고 다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증환자의 대학병원 쏠림 현상'은 과장된 표현이기에 이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1.6% 때문에 대학병원에 가야할 중증환자들의 본인부담을 인상하겠다는 정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뿐만 아니라 환자로서는 '2중 벌칙'이다. 이미 대학병원 외래 본인부담률은 비급여를 제외하고도 65% 정도 된다. 진찰료는 전액 환자가 내야 하고, 그 나머지의 60%를 환자가 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대학병원에는 '선택진료료'라는 무시무시한 부담이 있다. 선택진료비까지 포함하면 환자가 내야 할 돈은 70%를 넘는다. 여기에 일부 비급여라도 포함된다면 외래에서 환자 부담률은 80%를 넘기도 한다.
정부가 이처럼 대학병원 외래 본인부담률을 높인 이유도 '가벼운 질환으로 대학병원 외래를 이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이번엔 대학병원 외래를 이용한 모든 환자에 대하여 약국 본인부담률을 60%로 또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2중 벌칙'이다. 정책으로서의 정당성이 전혀 없다.
2009년 대학병원 외래 본인부담률 인상으로 효과 있었나그런데 정부는 이미 2009년 7월에 대학병원 외래 법정본인부담률을 10% 인상했다. 그때 정부가 정책을 추진한 명분도 지금과 똑같았다. 가벼운 환자가 대학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지금 정부가 또 다시 같은 이유로 환자본인부담률을 또 인상하겠다면, 최소한 2009년 인상효과를 측정하여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평가를 안 했다면 이번에 또 다시 환자부담을 인상하는 과정이 문제가 있는 것이고, 평가를 하고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필자는 그래도 보건복지부가 이 정도는 했으리라 믿고 싶다. 2009년 대학병원 외래 본인부담 인상이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한 연구가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결과를 공개하라. 그리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라. 이것이 적어도 앞으로 부담을 더 해야 할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 아니겠는가?
그러나 만일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결과를 숨기는 것이라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환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는 분명히 "대학병원에 경증환자 쏠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을 입증하고, 또 환자부담률을 높이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대학병원 외래 환자 부담을 인상하려는 계획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경애는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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