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 접수증명원560명의 이주민이 차별관련하여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접수한 후 받은 진정 접수증명원
고기복
진정서는 구체적으로 지난 1월 1일부터 오는 6월 31일까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선별적 사면합법화 대상에서 배제된 비동포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차별행위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정서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총 560명으로, 미등록으로 체류한 지 10년이 넘거나,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 산재를 당해서 체류 기한을 넘긴 경우, 결혼으로 입국하였다가 결혼생활이 파탄되어 미등록으로 전락한 경우, 고용허가제의 독소 조항인 근무처변경 횟수 제한 초과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었다.
대한민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 관련한 제13, 14차 국가보고서 심사에서 인종적 동기에 기인한 범죄의 금지 및 처벌을 위한 특별 입법조치를 채택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금년도 보고서인 14, 15차 보고서에 인종차별적 범죄행위에 관하여 특별 입법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고 명시했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인종적 동기에 기인한 범죄가 역사적으로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 태도를 보면, 정부의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데, 한국정부는 2010년 9월 21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통해 외국인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참고인 발언을 통해 '외국인을 차등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주노동자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던 상식적인 이야기이며, 국민에 준하는 외국인부터, 입국 불허 외국인까지 차등정책을 두는 것이 '이민 정책'이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헌법 제6조 제2항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외국인도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외국인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결국 한국정부가 국제법은 물론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이주노동자, 외국인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종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참 불편한 말, 인종차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관한 국제협약' 정부보고서에 인종적 동기에 기인한 범죄행위가 없었다고 한 부분은 과거 우리사회가 단일민족, 단일인종이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았던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미 체류 외국인이 120만을 넘고, 이주노동자는 70만이 넘는다. 결혼이주민들도 결국 이주노동자라는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투입된다. 반면 우리사회는 그러한 사회, 다문화, 다인종 사회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2007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나라가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이 민족이나 국가 간 이해·관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겠는가?
그런 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금년도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문화사회'라는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낸 논평을 우리사회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학습된 배타주의가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나, 기성세대에서는 여전하다. 결국 인종차별에 대한 대비책은 자라나는 세대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이해교육과 병행하여 기성세대의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인식전환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홍보와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전환에는 행정, 교육, 사회복지 관련 예산 지원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주민들에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한국 문화와 사회 적응을 강요하며 이주민 출신국가의 문화나 생활 습관들을 후진적이고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인식들도 바꿀 필요가 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서 당신만 변하라고 하는 것은 차별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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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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