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케냐몇 년째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으러 간다.
최윤복
그러다 문득 설 연휴 때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다카에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나는 13살 셰투의 집에서 묵었는데, 방글라데시도 물이 부족한 곳이어서 자기 전에 나는 샤워 대신 물티슈로 온몸을 닦아냈다. 물티슈로 몸을 닦는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셰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은 항아리에 물을 담아왔다.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기엔 매우 적은 양의 물이었지만, 분명 가족 중 누군가가 씻지 않기로 하고 내게 모아 준 물이었을 것이다.
그 물을 받아들고 양치질을 한 뒤 한 모금 입에 넣었으나, 난 곧바로 뱉어버렸다. 까슬까슬한 모래가 입안에 씹혔고, 무엇보다 녹슨 물건에서 날 법한 비릿한 물맛이 아침 빈속에 헛구역질을 일으킬 정도였다.
셰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때 그 물을 다 쓰지 못하고 몰래 바닥에 버렸다. 그 물을 다시 되돌려주기에는 내 마음을 완전히 전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줄 몰랐고,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몸이든 그릇이든 세정제로 거품을 가득 내고 흐르는 물을 양껏 쓰면서 뽀득,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씻기 좋아하는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 온몸 구석구석을 물티슈로 닦았다. 방글라데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째 비가 오지 않아 보드랍고 노란 흙먼지가 온 공기를 떠돌던 케냐가 느껴졌다.
아래 소개하는 물 절약 방법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실천하기란 꽤나 힘들다. 나 역시 세숫대야 없이 살아온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하루짜리 체험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물을 받아 사용하는 습관부터 기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물 절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
1. 흐르는 물로 설거지 하지 않기 유럽을 비롯한 물 부족 국가에서는 흐르는 물로 설거지를 '절대' 하지 않는단다. 세제도 아주 조금! 그리고 딱 한번 받아 논 헹굼물로 헹구면 끝! 분당 10리터씩 사용되는 물을 1/3로 줄일 수 있다.
2. 양치질, 면도시 컵 사용 칫솔질과 면도 때 컵을 사용하면 4.5L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3. 수세식 변기에 벽돌 넣기 변기물을 저장하는 탱크에 벽돌을 넣어두면 7리터 정도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단다.
4. 5분 안에 샤워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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