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얼굴친구를 울렸습니다
김관숙
간식 시간은 조금 시끄럽습니다. 회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나는 인절미 한 입을 베어먹고 율무차를 마시고 나서 친구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친구도 따듯한 율무차를 마십니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입가에 웃음을 물면서 말했습니다.
"또 그 모습이 생각나지 뭐야." "짐작했다구."친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쯤에 남편과 크게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의논 한마디도 없이 거의 만기가 다 되어가는 적금을 깨서 시동생에게 몽땅 빌려준 것입니다. 그 적금은 친구가 아들이 다달이 보내주는 용돈에다 생활비를 이렇게 저렇게 아낀 돈을 더 보태서 붓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덜컥 깨는 바람에 약정된 이자도 못 받고 중도해지 이율만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시동생은 구멍가게나 다름이 없는 조그마한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데 전세 계약기간이 다가오자 건물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올려주기로 약속한 날자가 두 번이나 지나서 쫓겨나게 되자 남편이 눈 딱 감고 적금을 깨서 준 것입니다.
남편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지만 친구는 "왜 말도 없이 몰래 깼냐, 날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하면서 펄펄 뛰다가, 그만 해서는 안될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장 나가! 나가라구, 꼴도 보기 싫어!"라고 소리쳤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남편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밀고 나가더니 밤이 되어 이슥해도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갈 데가 없는데, 이미 시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그렇다고 아들 집으로도 시동생 집으로도 갈 수가 없을 텐데 하다가 친구는 직감대로 깜깜한 놀이터로 가보았습니다. 거기 남편이 있었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앉아서 뻑뻑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그 뒷모습이 어찌나 외롭고 초라해 보이던지 순간적으로 달려가서 손을 잡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분통이 울컥 치미는 바람에 친구는 그대로 돌아섰습니다. 대신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렸는데, 자정 무렵에야 들어왔다고 합니다.
"담배 피우던 뒷모습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