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해고·저축은행 정지..."근조, 부산경제"

한진중공업·부산경제살리기 대책위 '시민대회' 열어...저축은행 피해자도 참가

등록 2011.03.20 12:17수정 2011.03.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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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제는 죽었다."

노동자․시민들이 '근조(謹弔) 부산경제'라고 쓴 손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가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는데, 영업정지에 들어가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옥주)도 참석한 것이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근조 부산경제'라고 쓴 손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근조 부산경제'라고 쓴 손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윤성효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윤성효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창원을)과 민주당 이성숙 부산시의원, 민병렬(민주노동당)․송덕용(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 이성우 부산민중연대 대표, 유영란 부산여성단체연합 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는 풍물 길놀이를 시작으로 경과보고, 연설에 이어 노래 공연 순서로 진행되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윤택근 본부장은 투쟁기금 3300만원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최우영 "한진중공업 살리기 위해서는 경영진 사퇴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최우영 사무장은 "우리나라에 수백개의 조선소가 있다. 한진중공업처럼 구조조정을 한 회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2003년 680명을 구조조정했고 올해 170명을 잘랐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은 신용등급A로 알짜배기 기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파업은 합법이며 정당하다. 그런데 회사는 직장폐쇄하고, 조합원 250여 명이 주거침입 등 불법을 했다며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동지들의 힘을 모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투쟁기금 3300만원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전달하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투쟁기금 3300만원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에 전달하는 모습.윤성효

부산민중연대 이성우 대표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70년 동안 부산경제를 키워왔다. 그들이 없었다면 한진중공업이 부산에서 유일하게 100대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겠나. 노동자 없이 사장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부산경제와 한진중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사퇴해야 하고, 단호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옥주 "부산 땅에서 한나라당 몰아내야"

 부산상호저축은행 가입자 대책위 김옥주 위원장이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부산상호저축은행 가입자 대책위 김옥주 위원장이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윤성효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금융감독위원회에 항의 집회하러 갔던 일부터 이야기 했다. 처음에는 경찰에 집회신고가 되지 않아 다시 해서 갔더니 전경대원과 경찰버스가 에워싸고 있었다는 것.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앞과 옆 자리는 전경과 버스가 배치되어 있었다. 5․18 광주항쟁이 생각났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데모에 관심이 없었고 아무 것도 몰랐는데, 전경과 버스 바리게이트를 보는 순간 우리는 한 마리의 짐승이었지 인간이 아니었다. 목청 높여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민주노총에서 연락 왔을 때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서울에 항의하러 갔는데 한순간에 우리가 폭도 취급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평생 퇴직금 모으고, 목욕탕 일 하면서, 먹을 거 안 먹으면서 모은 돈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 관리자의 말 한 마디에 우리는 재산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다. 영업정지 이전에 해약하려고 했는데, 김석동 위원장은 '상반기에는 영업정지가 없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며칠 기다렸던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부산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17명인데, 뭐하고 있나. 그들은 우리의 억울한 사태를 알면서도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대전과 보해저축은행(목포)도 영업정지가 되었는데 그쪽 지역 의원들이 나서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부산 국회의원들은 코빼기도 하나 내비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의원들을 왜 뽑았나. 우리를 위해 일해 달라고 뽑은 거 아니냐. 우리가 속은 것이다. 우리가 부르기 이전에 자기 발로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우리는 앞으로 한나라당 낙선운동을 할 것이다. 서민들이 뭉치면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산 땅에서 한나라당을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상호저축은행 가입자 대책위' 김옥주 위원장이 19일 오후 부산역 괄장에서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가 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부산상호저축은행 가입자 대책위' 김옥주 위원장이 19일 오후 부산역 괄장에서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가 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윤성효

김영훈 "이명박씨와 한나라당부터 정리해고"

김영훈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서민경제 살리겠다고 대통령이 된 이명박씨다.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 지금 나라가 결단나고 있다. 대통령은 5년 하면 그만인데 우리 인생은 파탄난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임금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대우자동차판매, 쌍용자동차, 전주버스 등에 대해 국회 청문회를 열자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거부했다"면서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고 신차 발표회도 열었는데 노사합의했던 '무급휴직자' 등의 복직을 왜 지키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씨는 '747공약'을 못 지켰고, 한나라당은 일자리를 못 지켰다. 사정이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약속을 못 지켰으니까 이명박씨와 한나라당부터 정리해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이 정권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행복한 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박유기 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울산 현대자동차 출신인 그는 "울산 사람이 여기에 왜 왔느냐고 하는데, 장모가 영도에 사시고 집사람이 부산대를 나왔다. 이 정도면 부산에 올 자격 있지 않느냐"면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가 진짜 살인이라는 것을 대림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서 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지금 좋아서 미칠 것이다. 세상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이 정도로 기업 살리자고 하는 데가 어디 있나. 정리해고는 살인이고 살인행위 막자고 모였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 가족들이 연단에 올라 편지를 읽었다. 아버지가 한진중공업에 다닌다고 했던 한 대학생은 "아버지께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셨다"면서 "저는 학생이라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우리 아버지를 차가운 거리로 내몰았나"라며 울먹였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들이 편지를 낭송하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들이 편지를 낭송하는 모습.윤성효

권영길 "노동자들한테 죽음의 쓰나미, 정권 책임"

권영길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김옥주 위원장의 연설부터 언급했다. 그는 "가정주부가 5․18 이야기를 하며 거리로 내몰게 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용서할 수 없다"면서 "한진중공업에서 배 만들며 일하고 싶어 미치는 사람을 누가 거리로 내몰았나. 노동자와 서민을 거리로 내모는 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지진과 쓰나미에도 절제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그런데 원전 폭발 이야기가 나오면서 동요하더니 사재기와 탈출이 벌어졌다. 방사선은 앞으로 닥쳐올 죽음의 재이기에 그들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두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명박정권 때문에 전국 노동자들이 쓰나미로 죽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왜 해고는 살인이냐고 했다. 그런데 실제 죽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국회의원(앞줄 왼쪽부터) 등이 구호를외치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길 국회의원(앞줄 왼쪽부터) 등이 구호를외치는 모습.윤성효

"정운찬 전 총리가 얼마 전 최고로 옳은 말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동반성장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못 마땅해 하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이전에 이익공유제는 경영자와 노동자들이 함께 나누는 게 먼저 되어야 한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에 공장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몫을 노동자들한테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

권 의원은 "3년 동안 배 한 척도 수주 못했다면 가장 무능력한 경영진 아니냐"면서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은 경영진 책임을 이야기 하면서 공정위원회와 검찰, 국회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했는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가장 먼저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성숙 부산시의원과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송덕용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도 연설했다. 상징의식을 마지막으로 연 뒤, 참가자들은 남포동까지 거리행진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이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 주최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 참가했다.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이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 주최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에 참가했다.윤성효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박성호 대의원의 부인이 '가족 편지'를 낭송하고 있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박성호 대의원의 부인이 '가족 편지'를 낭송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송덕용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이성숙 부산광역시의원(민주당), 권영길 의원,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는 모습.
한진중공업.부산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는 1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송덕용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이성숙 부산광역시의원(민주당), 권영길 의원,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한진중공업 #부산 경제 #권영길 의원 #김영훈 위원장 #박유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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