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게임정재승 교수가 청중 2명과 함께 강단에서 ‘최후통첩게임’을 하고 있다.
양화진문화원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에 대해 정재승 교수는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게임2막'에서 A가 돈을 나눠 갖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여, B에게 나눠 준 만큼의 액수가 A의 이타적인 마음의 레벨이다. 한편, '게임1막'에서 A는 '혹시 B가 거절하여 자기도 돈을 못 받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 때문에, B에게 준 5천원 중의 2천 원정도는 '보험의 성격'이 있다. 그러므로 이타성을 측정하는 것은 '게임2막'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뇌의 작용을 보면, 9:1로 나눌 때 B가 1을 받지 않을 경우 '역겨움을 표상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 된다. 뇌의 이 부분은 길을 가다 배설물을 볼 때 활발해지는 영역이다. 즉 '더럽고 치사해서 안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9:1로 나눌 때 B가 1을 받는 경우에는 '수학적 계산을 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 되면서 '버스비로 내면 되지, 아이스크림 하나 먹지 뭐'하는 등의 생각을 하며 받는다."
전 세계에서 이 게임이 시행되었다. 나라마다 부족마다 그 비율이 다양하게 나왔다. 자급자족하는 문화에서는 적게 나눠주었고, 물물교환하는 문화에서는 나누는 비율이 좀더 높아졌고, 품앗이, 두레가 발달된 곳은 비율이 더 높아졌다. 더 많이 나눈 곳일수록 그 사회의 신뢰수준과 만족도가 높았다. 정 교수는 "이 같은 결과들이 경제학의 '인간의 합리성' 가정에 비춰보면 '비합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비합리성'이 사회의 신뢰수준과 만족도를 높이면, 그것이 더 현명한 것일 수 있다"며 "선택하는 그 순간만 보지 않고, 사회전체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에 대한 이해는 '착한 일'에도 큰 도움 돼 뇌에 대한 이해는 사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창의적인 문제해결로 이어져 '착한 일'에도 기여한다. 정재승 교수는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나라들에 인터넷을 설치하는 일을 돕고 있다.
정 교수가 지난해 르완다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르완다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헌신에 비해 현지 사람들이 호응이 낮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는데 출석률도 낮고, 출석한 학생들도 산만했다. 원인을 따져보니 기생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1달러짜리 기생충약으로 해결되는 일임을 파악하고 약을 사서 보급했더니 출석률이 80%이상으로 뛰어올랐고, 수업집중력도 동반상승했다.
또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IDEO)가 제작해 2008 국제환경발명품대회 대상을 받은 자전거 정수기 '아쿠아덕트(auaduct)'는 물부족 국가에 보급돼 물 문제해결에 큰 공헌을 하였다. 아쿠아덕트는 자전거 뒤의 큰 통에 빗물 등을 부은 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그 동력으로 빗물이 정수 되어 앞의 물통에 정수된 물이 모이는 자전거 정수기다. 정 교수는 "돈을 기부하고, 몸으로 하는 기존 방식의 기부, 봉사 방식을 넘어서 이렇게 현지 사람들이 원하는 일에 대해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개선해주는 방식으로 돕는 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뇌 과학을 통해 본 '인간론' 귀가 솔깃'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강연 내내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인문학, 사회과학이 아닌 뇌과학을 통해 들여다본 '인간론'은 매우 흥미롭고 신선했다. 그래서 더욱 정재승 교수의 마지막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저는 과학이 인간을 편리하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인간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심의 중심에는 사람이 얽혀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만족시키고, 가치를 높이고, 협력하는 등의 일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럴 때 생각과 행동의 중추인 뇌에 대한 이해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도 뇌과학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양화진문화원 목요강좌는 양화진문화원 홈페이지(
www.yanghwajin.re.kr)에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양화진 목요강좌에서는 김정환 시인이 '음악의 세계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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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뇌를 알면 '사람과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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