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출차시간 넘긴 주차차량 화재, 관리자 책임 없어"

"자동차 보관 주의의무는 주차장이용계약에서 정한 주차장 이용시간에 한한다"

등록 2011.03.18 19:13수정 2011.03.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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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불이 났더라도 주차장 이용약정시간을 넘긴 상황이라면 주차장 운영자에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씨는 자신의 외제차량을 2008년 8월 12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한 빌딩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방문했을 때 이미 퇴근한 상태라서, 주차장 직원에게 전화로 주차료 1만 원을 관리실 문 밑으로 넣어두고 주차하겠다는 허락을 얻고 주차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3시경 차량 엔진룸에서 원인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불탔다. 화재 발생 당시 주차장에는 관리직원이 퇴근해 없는 상태였고, 주차장 건너편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의 화재신고로 소방관들이 출동해 화재를 진화했다. 소방서 측은 정확한 발화원인을 찾지 못해 원인미상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K씨가 가입한 보험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K씨에게 4975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주차장 운영자인 J(70)씨를 상대로 주차관리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주차장 운영자 손해배상책임 65% 인정"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장낙원 판사는 지난해 2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주차장 운영자 J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95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장 판사는 "피고는 주차장 관리자로서 주차장에 주차하는 자동차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며 "이 사건 화재사고의 경위 등에 비춰 피고의 책임비율을 65%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J씨는 "K씨는 주차장 관리직원이 퇴근한 것을 알고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에게 자정까지 차량을 출차하겠다고 했으므로 K씨와 주차장이용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K씨가 주차관리직원에게 전화해 주차비 1만 원을 내고 주차하는 것을 승낙 받은 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와 K씨 사이에 주차장이용계약이 성립했다"며 J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자 J씨는 "직원이 밤 9시경 K씨로부터 12시경까지는 출차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주차요금으로 시간당 3000원으로 계산한 1만 원을 받은 것이므로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 새벽 3시경에는 주차장이용계약이 성립돼 있다고 볼 수 없어 주차장법에서 정한 주차장관리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대법 "원심 판단 잘못... 주차장이용계약 시간 확인하고 판단했어야"

이에 대해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사가 주차장 운영자인 J(70)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주차장 관리자는 자동차의 보관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자동차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면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이때 주차장의 관리자가 주차한 자동차의 보관에 관해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차장이용계약에서 정한 주차장 이용시간에 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관리직원이 K씨와 주차장 이용시간을 8월 12일 21시경부터 24시경까지로 정해 주차장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만일 그러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피고가 약정 이용시간이 경과된 후에도 차량에 대한 보관·감시의무를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심리한 후, 그에 따라 화재로 인한 차량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유무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주차요금 1만 원의 지급으로 화재 발생시까지도 주차장이용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봐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다"며 "이런, 원심판결에는 주차장이용계약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해석을 그르쳐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구상금 #주차장이용계약 #주차차량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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