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연구원
특이한 점은 지표의 속성을 '예기성(預期性)'과 '구속성(約束性)'으로 나누어놓았다는 것이다. 맥락적인 이해로는 예기성보다 구속성은 그 강제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또 <표 2>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민생활과 자원·환경 영역에 구속성 지표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이 영역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관심과 절박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또 이런 향후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을 결정함과 동시에 '보고'를 채택함으로써 올 한해의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보고'는 올해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을 경제발전 방식 전환을 위한 양호한 환경 조성, 경제 구조조정의 가속화, 발전의 질과 효율 제고, 구직의 확대, 민생 개선, 사회 안정 등으로 잡았다.
동시에 주요 지표 관련 목표로서는 국내총생산액 성장률 8% 좌우 달성, 소비자 물가 4% 정도로 통제, 도시민 신규 취업 900만 명 이상 달성, 동시 등록 실업률 4% 이내로 통제 등을 확정했다. 또 국가 재정 운영과 관련하여, 10조2200억 위안의 예산을 확정했고, 그중 9000억 위안(중앙정부 7000억 위안과 지방정부 2000억 위안) 규모의 재정적자를 예상하여 2% 정도의 재정적자율의 감소를 꾀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올해 중앙정부 재정에서 교육, 의료 위생, 사회보장과 취업 등과 관련된 지출을 전년대비 18.5% 증가시키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또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하고 노동자 임금을 국민총생산액 성장률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번 양회에서는 '역시나' 별다른 이상 징후 내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 말에 정치개혁 논쟁을 촉발시킨 원자바오 총리는 공식적으로 정치개혁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방궈(吴邦国)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중국 특색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할 것이며 "서방의 다원화와 삼권 분리, 양원제, 연방제, 사유화 개념 등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다당제를 통한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Ⅲ. 시사점이상과 같은 결과는 몇 가지의 시사점을 관찰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1) 표면적으로 후진타오의 집권 철학인 '과학적 발전관'이 향후 5년간의 국정운영에서도 관철되게 되었다. 이는 내년으로 예정된 중국 최고 지도부의 권력 승계 작업과 연관시켜 봤을 때 두 가지의 함의를 가진다. 하나는 견제의 의미이다. 만약 내년에 현재의 구도대로 간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후진타오 계열의 인사인 현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李克强)이 아닌 태자당 계열의 인사인 현 국가 부주석 시진핑(习近平)이 최고 지도자가 된다. 이럴 경우 현재의 집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후진타오 계열의 인사들이 계속적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후진타오 집권 이래 이전 시기와는 달라진 정책 방향의 이동이 상당히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두 번째는 중국 엘리트 정치의 또 다른 규칙의 발견이다. 기실 과거 집권세력의 차기 집권 세력의 전반기 5년여 정도의 국정운영 노선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례로 2002년 시작한 후진타오체제도 2005년까지는 장쩌민(江泽民)체제에서 결정된 국정 노선을 바탕으로 운영되었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물론 우연의 일치이고, 한 세력이 연이어 집권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파벌을 넘어서 공산당이라는 중국의 집권 세력의 지속적 통치와 정국 운영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국정운영 방침의 확정 시기와 최고지도자 교체 시기가 엇갈리는 특성이 중국정치의 안정성 유지의 주요 원인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2)'강요'에서 '구속성 지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2006년부터 시작된 11차 국민 경제 및 사회 발전 규획부터 이전 시기 써오던 '계획' 대신 '규획(規劃)'이라는 단어를 썼다. 이는 중국이 계획경제체제로부터의 이탈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또 향후 국정운영에서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행정개입보다 중장기적인 조정에 더욱 강조점을 둘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참고로 중국은 1949년부터 1979년 기간에는 '지령성계획(指令性計劃)'의 시대였고, 1980년부터 2005년에는 '지도성계획지표(指導性計劃指標)가 강제성을 띠는 지령성지표를 대체해왔다. 2006년부터는 '구속성'지표가 지령성지표를 대체해왔으나, 그 강제성의 측면에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절박한 영역에 대해서는 이러한 강제성이 있는 지표를 설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표 2>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향후 중국정부는 자연·환경과 인민생활 부분에 대단히 역점을 두고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향후 중국정부 정책 방향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속성 지표가 어느 영역에 설정되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3) 작년 말부터의 원자바오 총리의 정치 개혁 관련 발언과 최근 민주화 바람으로 증폭된 중국 민주화에 대한 기대에 대해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해외뿐만 아니라 중국 내의 자유주의 계열의 지식인들에게도 필요하다. 이번 양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화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작년 말 원자바오 총리의 연이은 정치개혁 관련 발언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춰진 런민(人民)일보에 실린 문장의 작성자인 '정칭위안(郑青原)'은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중국공산당 정치국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이후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공산당 내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봤을 때, 혹시 중국공산당이 현재 보다 급진적인 민주화 조치를 실행하지 않을까 혹은 중국공산당 내에 사상 투쟁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판단은 오류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기실 중국공산당의 태도는 분명하다. 절대로 서구식의 민주화의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은 이러한 전제와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역할분담 하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중국 국내외 언론과 지식인들은 '혹시나' 하는 바람을 품었던 것이다.
결과는 중국공산당은 정칭위안의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들에게 중국의 인식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이는 중국 내 지식인들에게는 공산당에 기댈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 등을 통한 길만이 중국의 민주화를 촉진 내지 추동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안긴 셈이다. 또 해외 언론과 지식인에게는 보다 신중하고 면밀히 중국 내부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2011/03/18)
덧붙이는 글 | * 주장환 교수(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한신대 중국지역학과)가 집필한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184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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