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입구에 늘어선 사투리게시판, 잘 보면 뭔 말인지 모른다.
진민용
"바다에서 보는 마을과, 마을에서 보는 바다가 잘 어울리는 동피랑 마을"
돌피랑 마을의 입구는 중앙어시장을 통해서 들어가도록 돼 있다. 좁은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중간 철제펜스에는 통영사투리를 적은 팻말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처음 만나는 천사의 날개를 시작으로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있고, 곳곳에 벽화가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맨 위에 오르면 공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의 전경은 황홀함 그 자체다. 해질녘에 들어오는 고깃배들과 시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디론가 떠나는 배들과 주변 욕지도와 매물도로 떠나는 여객선의 엇갈림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동피랑 마을을 관리하는 '푸른통영21'의 윤미숙씨는 "비록 여기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지만 돈이 없어도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이웃이 있고, 거기에다 벽화를 보러오는 많은 외부인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마을 맨 위에는 공동작업실이 있어서 누구나 쉬어 갈 수 있고, 커다란 우체통은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송부할 수 있도록 디지털카메라 기능도 있다.
25일, 100세 엄현업 할머니 생신 기념 마을잔치 한편 오는 25일, 동피랑 마을에는 작은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옛 주인과 새 주인의 만남 '이라는 제목의 이번 잔치에는 지난해 새로 입주한 화가 김정일씨와 시인 강제윤씨를 비롯해 먼저 입주했던 서양화가 이제하씨와 강석경 작가 등이 한 자리에 모인다.
거기에다 이 마을 최고령 100세 엄현업 할머니의 장수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피랑은 이렇게 '가난'과 '풍요'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무덤 위에 지어진 아름답지만 가난한 마을 '문현 달동네' 화려한 벽면에 숨어있는 가난의 현실은 부산의 문현 돌산마을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문현동 '돌산마을'은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볕이 잘 드는 돌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인지라 부산에서도 가장 먼저 개나리 꽃 숨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이 찾아온 모양이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꽤나 인기가 높은 이곳 돌산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형성된 피난민촌으로 공동묘지 사이에 자연스레 생겨난 마을이다. 이를 증명하듯 아직까지 마을 곳곳에는 주인 없는 무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비탈길에 간신히 메달린 스레트집과의 신경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는 이곳 돌산마을을 도시환경을 저해하고 있는 노후불량지역으로 판단, 골목길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벽화그리기는 기획, 바탕작업, 그리기 등 사업전반에 걸쳐 주민, 학생, 시민 등 230여 명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 '따뜻한 사람들의 벽화이야기'를 주제로 '봄을 펼치는 아이들', '민들레 꽃씨를 날리는 아이' 등 희망을 노래하는 47점의 그림이 태어났다.
또한 벽화마을은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해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았으며, 주말마다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배경으로 나와 관심을 더욱 끌었다.
주말이면 돌산마을에는 다양한 목적의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온라인 사진동호회의 야외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고, 시간을 거슬러 여행에 나선 연인들에겐 더욱 의미가 있는 장소다. 현재 부산은 돌산마을로 시작해 안창마을, 사상공단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장소에 공공미술을 도입 건축공간문화 시범사업을 펼쳐 침체된 일상의 공간에 볼거리와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건축문화의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무덤 위에 세운 마을, 가난하지만 이웃의 정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