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삼성병원 입구의 옛 경상병원 노조사무실. 노조는 고용합의서 이행과 투명경영을 요구하며 30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정훈
"고용보장 대상자가 한 부서에 8명이나 되는데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 옛날 장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장비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을 신규채용한 것은 옛 경상병원 노동자들을 채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경영부실로 문을 닫은 경북 경산의 경상병원을 인수한 경산삼성병원이 선별고용을 통해 지난 3월1일부터 진료에 들어간 가운데, 옛 경상병원 노조가 법원과의 합의사항인 전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옛 경상병원은 1992년 200병상으로 시작해 경산시에서 가장 큰 861병상을 갖춘 연간 2만여 명이 이용하는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경영진이 공금횡령 등으로 2010년 2월 파산하자 울산 중앙병원의 모재단인 정안의료재단이 입찰을 통해 인수해 의료법인 근원의료재단을 설립하고 경산삼성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개원하였다.
경산삼성병원은 의사를 포함한 142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기존 208명의 경상병원 퇴직자 중 고용계약청약서를 제출한 182명 중 리모델링을 방해한 25명을 제외한 157명 가운데 면접에 불참한 25명을 제외하고, 132명을 채용 대상자로 확정, 이 중 62명을 먼저 채용하고 나머지 70여 명은 순차적으로 채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옛 경상병원 노조는 고용보장을 우선순위로 하여 입찰을 실시하고 낙찰받은 병원이 노조를 말살하고 전원 고용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는 선별고용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반발하며 지난 2010년 5월부터 병원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경상병원분회 신은정 분회장은 "법원이 인수자를 모집할 때 고용보장을 1순위로 내걸었다"며 "고용보장합의서의 내용이 허술하기 때문에 현 재단에 세부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섭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분회장은 "우리를 고용하지 않기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교섭 촉구를 요구했을 뿐 전혀 방해한 적이 없다"며 "'리모델링 작업을 방해한 자는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이용해 우리를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