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여수시 소속 소방헬기가 화재 발생 지점에 시원하게 물폭탄을 던지고 있습니다.
황주찬
황급히 베란다로 달려갔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동네 뒷산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구봉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소방헬기는 시뻘건 불길을 향해 물주머니에서 물폭탄을 던집니다.
옷을 대충이라도 걸치고 화재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나 고민했다가 괜히 불 끄는데 방해만 되지 않을까 갈등만 깊어집니다. 불길은 번지는데 사람이 안 보입니다. 애타는 심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동안 헬기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오고갑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신나서 떠드느라 한바탕 집안이 뒤집어졌습니다. 요란한 소리에 오침에서 깬 막내는 헬기소리에 더 놀라 악다구니를 치며 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의 시선은 산불 현장에 고정입니다.
아파트에서 화재진압 협조를 바라는 방송이라도 나오면 당장 달려가리라 마음 먹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잠잠하고 마음은 답답합니다. 그사이 구급차도 오고 화재진압 인원들도 나타나 구봉산으로 번지는 불길을 막았습니다.
어느 정도 불길이 잡히니 두근거리는 가슴이 가라앉고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동네 뒷산에 가끔 불이 났는데 그럴 때면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불을 끄러 갔습니다. 그저 어린마음에 신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한 그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두 아들과 함께 다니던 숲 탐험 장소 홀랑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