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전에 모셔진 미륵불과 위타보살, 그리고 4대천왕
최지혜
누각의 앞쪽으로는 천왕전이 있다. 천왕전에는 미륵불과 위타보살, 4대 천왕이 모셔져 있는데 그 중 가이드가 들려준 위타보살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위타보살은 사찰을 보호하는 신이기 때문에 칼을 들고 있는데, 그 자세에 따라 사찰의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칼을 위로 들고 있다면 그 사찰은 재워만 줄 뿐 먹여주지는 않는 곳이고, 밑으로 들고 있으면 그 반대이며, 옆으로 들고 있으면 둘 다 허락하는 사찰이라고 한다. 여행을 하다 숙식을 할 곳이 없어 절을 찾게 된다면 위타보살의 자세부터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웃음을 흘린다.
나는 한국의 사찰을 사랑한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찾은 외국의 사찰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겉은 소박하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을 것 같은 한국의 사찰과는 달리 중국의 사찰은 겉은 화려한 듯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여백의 미가 없이 빽빽히 들어선 건물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사찰은 조용히 걸으며 사색하는 맛이 있는 반면, 향산사에서는 그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다. 한 곳만 보고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아직은 한국의 사찰이 훨씬 더 좋다.
향산사에서는 이하강과 용문석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향산사에 오르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확 트인 전경이 마음 속까지 뻥 뚫어주는 기분이다.
경내를 둘러보고 나가기 전, 백거이 묘로 통하는 뒷문 옆 건물에 전시된 초상화들을 보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가이드에게 물어봤더니 백거이와 그와 함께 글을 쓰던 문인들의 초상을 전시해놓은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