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 장례식지난해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들은 학교측의 교지편집위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며, 비판적 대학언론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항의했다.
손일수
중앙대의 구조조정은 대부분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캠퍼스 이전 문제다. 중앙대는 지난해 3월 인천 검단신도시에 제3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에는 인문·의학 계열을, 검단신도시에는 이공계 계열을 배치해 협소한 공간문제를 해결하고 이공계열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2009년 중앙대는 경기도 하남에도 새로운 캠퍼스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캠퍼스 구조조정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 성균관대나 경희대가 취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학교가 서울에서 멀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시설개선과 투자를 위해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캠퍼스에서 만난 정아무개(남, 공과대학2)씨는 "공대가 검단으로 옮겨간다는 걸 '유배'라고 한다"며 "검단으로 가게 되면 시설은 좋아지고 연구실도 늘어나겠지만 결국 서울에 있는 공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가야 한다는 의견과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실정"이라며 "학교에서 캠퍼스를 만든다고만 하고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 발표가 없어 양쪽 모두 답답한 상황"이라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정씨는 학교 구조조정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과 관련 "공대 캠퍼스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로 재단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하지만 취업만큼은 이전보다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의 최석현 편집장은 학내에서 두산 재단에 대한 비판여론이 수그러든 이유를 "'대기업 재단이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취업도 보장되겠지'라는 기대 심리가 있고, 학교 측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학생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편집장은 "가장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문계열의 학생들도 사회에서 취업이 워낙 어렵다고 하니까 그 불안감이 기대감의 원인으로 작동하는 듯하다"며 "하지만 기업이 재단을 맞는다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편집장은 "취업은 학생들 각자의 능력 문제라기보다 기업에서 얼마나 뽑느냐에 달려 있는 실정"이라며 "취업이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대학생들이 취업에만 매달리게 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부총장제'는 이사장의 직할 통치"김누리(독어독문학과 교수)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용성 이사장(두산 중공업 회장)은 대학을 직업훈련소로 만들고 있다"라며 "그것은 중앙대학교 학생들을 매우 얕잡아 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더 큰 꿈을 가진 학생들을 단지 회사의 중하위 사무직 정도를 사회진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며 "학생들의 취업은 자아를 실현하는 취업이 되어야지 두산 같은 기업에 들어가서 몇 푼 받느냐가 중요한 자신을 부정하는 취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학을 전 학생에게 가르쳐 어느 중간 기업이라도 들어가라고 하는 건 박 이사장이 학생들을 깔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앙대의 구조조정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학문단위를 재편한 것은 아주 졸속적이었고 그 결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특히 어문계열을 학부로 묶은 것은 학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식한 행위이다. 서울대, 한국외국어대 등은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행된 '책임부총장제'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사실상 각 대학의 자율권을 억압하고 '법인(재단)의 직할 통치'를 위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서 'OO사업 본부장'을 두고 회장이 직할 통치를 하는 것처럼, 부총장 5명에게 차기 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시켜서 실적을 높이라는 건데, 이는 학문의 고유성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대학의 모든 것을 경쟁시스템에 맞춰 가려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그는 "결국에는 '책임부총장제'라는 미명 아래 이사장이 대학을 멋대로 전횡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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