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공원 원전백지화기념탑과 원전백지화기념비. 8.29공원은 1993년 8월 29일 근덕면민이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소공원이다.
성낙선
지난 십수 년간, 3번이나 핵 시설 후보지로 선정된 삼척삼척이 핵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로 지난 1998년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문제로 격렬한 반대 운동을 전개했으며, 두 번째는 지난 2005년 방폐장을 유치하는 문제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다. 1998년에는 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지정이 된 근덕면(덕산리)을 중심으로 삼척 시민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나타내 원자력발전소 유치 시도를 막아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의회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큰 분란 없이 갈등을 봉합했다. 당시 두 사건 모두 핵 시설 유치 반대 쪽에 더 큰 세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원자력발전소 유치 문제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당시와 비교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데 유치협의회와 백지화위원회 모두 같은 의견이다. 다만 유치협의회는 찬성이 압도적이라고 발표한 데 반해, 백지화위원회는 예전에 비해 찬성 의견이 많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반대 의견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지화위원회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결과는 다르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척시청 내 원자력사업유치단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지역 경제가 크게 악화된 데 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데서 생기는 경제적인 효과에 사람들이 상당히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예전에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전이 위험하다는 논리를 과장했고, 지금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 되살릴 수 있다" vs. "홍보 내용 과장되어 있다"백지화위원회는 주민들이 경제적인 효과에 거는 기대보다는 한국수력원자력(주)나 삼척시의 홍보 전략에 사람들이 현혹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주민 개개인이 직접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은 미미한 데 비해, 그 내용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에는 핵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문제에 시에서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장을 비롯해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유치 작업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척시 내의 도로변에는 지금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찬성하고 지지하는 내용의 문구들로 가득한 현수막들이 넘쳐나고 있다. 현수막 수가 1000여 개에 달한다. 그 중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현수막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다. 반대 문구를 찾아보는 일 자체가 무척 어렵다. 홍보 물량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불법으로 내걸린 것들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게 되면, 지역 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선전에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삼척시청에서는 지역 내에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문제 역시,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인구 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지화위원회는 삼척시의 이런 논리 역시 주민들을 현혹하는 논리에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과거 영광이나 울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한다고 해서 실제 인구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영광과 울진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이후로도 인구가 계속 줄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가 감소하는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 역시 지역 간 단순 비교에 불가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에는 지역마다 다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한다" vs. "이번에도 반드시 막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