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찾아온 검찰, 진술 재번복 압박"

[한명숙 8차공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진술...검찰 "협박은 아니었다"

등록 2011.03.07 20:52수정 2011.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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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8일 오전 1시 45분]

"검찰이 진술 재번복하도록 압박했다"... 검찰 "협박 없었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로부터 법정진술을 다시 번복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증인으로 나와 "나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이 없다"며 "한 전 총리는 누명을 쓰고 있다"고 기존의 검찰진술을 뒤집었다.

다음날(21일)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한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수사검사가 직접 구치소를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진술 재번복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한 전 대표의 주장이다.

한 전 대표는 "수사검사가 구치소에 와서 '공판중에 진술을 재번복해도 별 문제가 없으니 다시 한번 진술을 번복해 달라'며 일신상의 이익과 불이익을 거듭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이 수사검사는 내 어머니를 찾아가 '아드님이 진술을 번복해서 빨리 나오기 어렵게 됐다'고 얘기했다"며 "검사가 심장병에다 치매증상까지 있는 어머니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에 감정처리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검찰은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고, 한 전 대표는 "검사님한테는 협박이 아닐지 몰라도 저한테 협박"이라고 재반박했다.

또한 한 전 대표는 구치소 안에서도 압박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술을 번복한 이후 회유나 압박 등이 여러 번 있었다"며 "같은 수감자들조차 '검찰이 그냥 있겠냐?'라며 겁박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저에게 붙어서 무슨 얘기하나 엿들었다. 검찰에서 증거로 쓰기 위해 일부러 제 옆에 붙어놓은 것이다. '현명하게 판단해라'는 말에서도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한 전 대표는 "수감중에 감시나 제한 등이 상당히 있었다"면서도 "또다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언만 잘해주면 빨리 나가게 해주겠다'고 했다"

또한 검찰은 한 전 대표가 진술을 번복하기 전에는 사업재기와 가석방 등으로 회유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은 '사업에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다른 건으로 고소되더라도 편익을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횟수보다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발언을 더 많이 들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검찰수사 초기부터 가석방을 얘기했다. '재판이 열려서 증언만 잘 해주면 빨리 나가게 해주겠다'는 증언을 많이 했다. 검찰의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한 전 대표는 "하지만 진술번복을 결심한 이후에는 검찰에 신세지지 않기 위해 가석방에 집착하지 않았다"며 "통영에 내려가 만기출소하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이 긴장하는 듯했다. 가석방 등 (검찰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를 많이 얘기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처음에는 돈 준 시기를 특정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와 한 전 총리 일정 등을 고려해서 꿰맞추었다"고 털어놓았다.

한 전 대표는 "진술을 번복하기 이전에 이미 '두번째와 세번째 조성된 돈은 교회수주공사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뿌려졌다'고 수사관에게 진술했다"며 "하지만 이후 수사할 때에도 그 얘기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검사들에게 보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그 얘기를 한 수사관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해 달라"고 요구했고, 한 전 대표는 "조아무개 수사관"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아주 황당한 증언이라 의혹 해소 차원에서 조 수사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 전 대표는 "'2억원을 김아무개씨를 위해 만들었다'고 쓰여진 검찰진술조서가 어느날 '한 전 총리'로 바뀌어져 있었다"며 "이 가필은 제가 아니라 검찰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총리님과 연결되는 부분이니 양해해 달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일산 식사지구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쪽 증인으로 나온) 김아무개가 허위제보해 (검찰에서) 한 전 총리 별건수사로 진행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1신 : 7일 오후 8시 52분]

한명숙 재판에 왜 사기·마약범이 등장할까?

"마약사범 믿지 말라. 부모도 팔아먹는다. 박연차도 당할 뻔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9억여 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7일 오후 2시부터 열린 8차공판에서 "한 수사검사가 한 얘기"라며 진술한 내용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진위여부를 따져야 할 법정에서 왜 '마약범' 얘기가 튀어나온 것일까?

마약범 "9억원 얘기 들었다"... 한만호 "진술번복 전 9억여원 실체 고백"

이날 8차공판에서는 최아무개씨가 검찰쪽 증인으로 나왔다. 1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살았던 최씨는 마약관련 혐의로 총 9년의 형이 확정돼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2017년에야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최씨가 연예인 마약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아왔고, 중국의 조직폭력조직인 '흑사회'와도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이러한 '경력들'을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 얘기하기 곤란하다"고 입을 닫았다. 특히 그는 "마약투약과 관련된 혐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지난해 4월 초 검찰 구치감에서 한만호 사장을 처음 만나 '한 총리에게 9억여 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한 사장이 '한 총리 공관과 자택에도 갔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9억여 원 수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진짜냐?'고 물어봤더니 한 사장이 웃으면서 '내가 안 준 걸 줬다고 하겠냐?'고 답했다"면서 "여행가방에 달러와 현금을 담아 줬다고 했고 '5만 원권이 나왔으면 주기에 편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씨는 흥미로운 진술을 내놓았다. 그는 "곽영욱 사건이 무죄가 나자 언론에서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걸 보고 한만호 사장건도 사실과 다를 수 있겠다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초 최씨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정치적 표적으로 삼았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뜨리고 친노세력을 척살하려는 만들어낸 사건이다'라고. 그랬던 최씨가 '촛불에 데어서 그러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진술을 번복하기 전에) 검찰에 '두 번째와 세 번째 조성된 돈은 교회수주공사를 위한 실탄으로 쓰였다'고 얘기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9억여 원의 실체를) 검찰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내가 그 얘기를 하자 담당검사는 '피곤하니까 그만하자'고 말했다"며 "검찰이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아무개, 박아무개 등과 관련해서는 축소수사했다"고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대표는 "그들의 계좌를 추적하면 (그들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검찰은 전전긍긍했다"며 "그것은 내가 (진술번복을) 작심하고 한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차공판 검찰쪽 증인 '상습사기범'... 재판부 "상습적으로 사기" 판결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7차공판에서 검찰쪽 증인으로 나온 김아무개씨도 '상습사기범'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전 대표의 서울구치소 동료인 최씨와 김씨는 "구치소 안에서 한 전 대표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해온 이들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씨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이나 수법이 같은 범죄로 수차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실이 있다"며 김씨를 '상습사기범'으로 규정했다. 2009년 8월 21일 판결문의 일부다.

"피고인은 2004. 9. 10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상습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06. 5. 15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사람으로, 사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생활비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자들을 상대로 피고인의 재력을 과시하여 믿게 한 후 돈을 빌리는 방법으로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가 7명의 여성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총 7000여만 원. 그는 투자를 권유하거나 카드를 빌리는 식으로 여성들의 돈을 편취했다. 심지어 한 나이트에서 자신의 손님을 접대한 뒤 피해여성에게 카드와 현금을 받아 결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이나 수법이 불량"하지만 "피해를 모두 변제하고 합의"했고, "성장과정, 가정환경, 가족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쪽 증인이 모두 상습사기범과 마약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악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죄경력이 증언능력이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들의 증인 채택이 검찰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씨와 최씨는 구치소에서도 자주 어울렸으며, 한 전 총리 사건이 터진 후 검찰에서 함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최씨로부터 구치소 안에서 300만 원을 빌렸다가 늦게 갚는 바람에 최씨와 불편해지기도 했다.

300만 원의 성격과 관련, 한 전 대표는 "김씨가 '감형이나 가석방을 받게 해주겠다'며 최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다만 최씨는 "김씨가 뻥이 많은 친구"라고 촌평한 뒤, "이 말은 '남을 말을 이리저리 잘 옮기는 친구'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한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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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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