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기숙사에 싼 수업료, 급식비 월 14만원
교장실 개방...이런 '공립학교'도 있습니다

[인터뷰] 개교 1년 맞은 '기숙형 공립대안학교' 태봉고 여태전 교장

등록 2011.03.09 09:36수정 2011.03.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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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가 개교 1년을 맞았다. 학생들 스스로 "일반 학교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할 정도다.

학생 95명(2학년 46명, 1학년 49명)과 교직원 30여 명이 태봉고등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이뤄나가고 있다. 지역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인기가 좋은 편이다. 신입생 입학 경쟁률과 교사 채용경쟁률이 3:1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료는 일반공립고등학교보다 조금 싸고, 기숙사비는 무료다. 학생들은 수업료와 급식비 월 14만원씩만 부담하면 된다.
 경남 창원 진동에 있는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다. 여태전 교장이 학교 안에 있는 정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남 창원 진동에 있는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다. 여태전 교장이 학교 안에 있는 정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성효

개교 1년을 맞은 태봉고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 11월 11일 사전 예고도 없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과 함께 방문했던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임기 중에 공립대안학교 2개 정도를 설립하겠다"면서 "태봉고 교사들이 대안교육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교훈인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자"를 실천하고 있다. 교육과정 가운데 43%가 다양한 특성화 교과(인턴십, 이동학습, 나눔활동, 노작교육 등)로 이루어져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초점 맞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들은 '공동체의 날' 행사의 하나로 학교가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마을에서 벽화그리기를 했고, 가을에는 텃밭 가꾸기를 통해 배추 수확도 함께하는 체험도 했다. 학생들은 승마 체험에다 연극 <방황하는 별들> 공연 등 여느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예술 감성 교과 수업을 받았다.

지난해는 교사와 학생들은 "나에게 도전한다"는 제목으로 8일 동안 120km 넘는 제주도 걷기, "나에게 말을 걸다"는 제목으로 2박3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했다. 이런 이동수업은 올해도 계획하고 있다. 거기다가 올해 2학년생들은 전체가 '해외이동학습'으로 보름동안 네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곳에서 3개 학교를 방문하여 문화체험과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더 높은 이상과 꿈을 꾸게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해 5월 '제주도 이동학습' 현장 때 함께 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태봉고를 지난 4일 오후 찾았다. '새내기 페스티벌'(5일) 때 보여줄 연극, 노래(랩), 무용, 모듬북 연습이 한창이었다.

'사랑방'으로 꾸민 교장실, 24시간 개방


 태봉고등학교 교장실이다. 학생들은 한쪽 온돌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왼쪽에는 여태전 교장이 교감과 서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태봉고등학교 교장실이다. 학생들은 한쪽 온돌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왼쪽에는 여태전 교장이 교감과 서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성효

교장실이 교장실 같지 않았다. 교실 한 칸인데, 절반은 교장의 사무용 책상이 있고 그 앞에 회의용 탁자가 놓여 있다. 나머지 절반은 온돌방으로, 가운데 긴 차상이 놓여 있었다. 거기 학생들이 한 무리로 앉아 있었다. 교장이 들어와도 다리를 펴고 있다가 고쳐 앉는 정도였다. 마시던 차를 계속 나눠 마시고 이야기도 계속 했다.

여느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할 교장실이다. 교장실 출입문은 회의용 탁자 쪽 문과 온돌방 쪽 문 2개다. 교장은 퇴근할 때 사무실 쪽 문은 상징적으로 잠그지만 온돌방 쪽 문은 잠그지 않는다. 사실상 24시간 교장실 문이 열려있는 셈이다.


교장이 퇴근하고 교장실에 없어도 누구나 들어와서 차를 마시고 놀다가 갈 수 있다. 여태전(50) 교장은 "교장실은 교육사랑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산 효암고와 진주 삼현여고 교사를 거쳐 간디학교 교감으로 있다가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에 임용됐다.

- 교장실을 왜 이렇게 만들었나.
"교육사랑방이다. 전통 가옥에 보면 사랑방이 있다. 언제든지 손님이 드나들 수 있는 방이다. 학생이든 교사든 와서 놀다 가는 방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교장실은 문이 닫혀 있고, 함부로 접근하기 힘들다. 교장실은 교장만 쓰는 공간이 아니라 개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복도 쪽 창문을 가리기 위해 걸어 놓은 '블라인드'도 내리지 않는다. 늘 환하게 열려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거리낌 없이 와서 쉬고 가고 차도 마시고 지내다 가는.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이 와서 차를 마시고 간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아이들이 먼저 와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 '사랑방 교장실'은 언제부터 생각한 것인지?
"삼현여고 교사로 있으면서 도서관 관리를 맡았는데, 도서관 한쪽 공간을 작은 다실로 만들어 놓았다. 간디학교 교감으로 있을 때는 도서관에 다락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교사며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다. 대안교육의 이념과 철학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정감 있는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봤다."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입학식에 앞서 4일 오후 체육관에 모여 대북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창원 태봉고등학교 학생들이 입학식에 앞서 4일 오후 체육관에 모여 대북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윤성효

- 일반학교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장실인데.
"교장 선생님들이 많이 방문해서 둘러보고는 자신들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돌아가서 막상 해보려고 하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지난 2월 8일 관내 교장들이 왔는데 다들 이 공간을 좋아하더라. 차는 누구나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교장이라고 해서 학생이나 다른 교사들이 따라주는 것이 아니다. 손님이 와도 제가 직접 차를 달인다. 지난 2월 11일 교육과학기술부 설동근 차관께서 방문하셨을 때도 이 자리에서 직접 차를 달여 드렸다."

- 교장실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들어오면 불편하지 않은지?
"귀찮게 생각하면 귀찮다. 업무를 보기 위해 전화를 받는데도 가끔은 아이들이 시끄럽게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웬만하면 그냥 둔다. 차를 마신 뒤 찻잔을 씻어 놓고 가라고 잔소리를 해도 종종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제가 그냥 씻어서 가지런하게 놓아둔다. 머리카락이 방바닥에 흩어져있으면 그냥 싱긋이 웃으면서 주워서 휴지통에 넣는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내가 좋다. 어지러워 놓은 거 치울 때는 조금 귀찮지만. 교장이라고 혼자 있으면 안 되고 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수업도 6시간 맡아서 하기로 했다."

"'공부'는 안해도 좋다. 그러나 '배움'은 포기하지 말자"

여태전 교장은 "공부는 안해도 좋다. 그러나 배움은 포기하지 말자. 세상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아무런 호기심도 질문거리도 없다면 슬픈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있다. 가슴 속에 설렘과 열정이 없다면 청춘이 아니다. 목소리 낮추어 겸손하게 듣고 또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의사소통 능력, 자기관리 능력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인성도 실력이다. 외국의 경우, 아주 우수한 전문성을 갖춘 교수 지망자도 개수대에 무심결에 침 한번 뱉는 게 들통이 나서 교수로 선발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들로 불쾌감을 준다면 인성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불어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교육사랑방에서 여태전 교장에게 물었다. 옆에서는 학생들끼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간혹 교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여태전 태봉고등학교 교장.
여태전 태봉고등학교 교장.윤성효

- 개교 1년을 평가한다면.

"1년 평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더 잘 알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큰 성장을 했다고 자평한다. 처음에는 다들 염려했다. 대안학교는 사립에서나 해야지 공립에서 되겠느냐고 했다. 꼴통 아이들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일 수 있느냐고 했다. 비판도 많았다. 그러면 저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고 했다. 공립에서 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냐는 거다. 사립 대안학교는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 인원도 적다. 최근 교사를 추가로 뽑았는데 경쟁률이 3대1이었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있었다."

- 공립대안학교가 왜 필요한가.
"지금 일반 학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인격적인 관계가 깨졌다고 본다. 입시위주 교육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실천이 잘 안 된다.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학생이 한 해 7~8만명에 이르고, 경남만 해도 2000명 정도다. 사립대안학교에 대해 일부에서는 '귀족학교'라고 비판하는데, 실상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서민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공무원이나 중산층이 그런 말을 하면 서글프다.

국가가 당연히 세금으로 해야 할 교육인데, 왜 부모님들이 이중삼중으로 돈을 내면서 자녀들에게 대안교육을 받도록 해야하나? 부모님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더 이상 대안학교를 두고 '귀족학교' 운운하는 소리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런 소리보다도 왜 공립대안학교를 더 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난 십수년 동안 대안교육은 사립에 떠맡겨 왔다. 이제는 국가 세금으로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계속 사립에만 맡기면 이는 직무유기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교가 대안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안학교다 일반학교다 하는 그런 구별도 없어져야 한다. 그냥 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학교, 좋은 학교만 있어야 한다."

- 다른 지역에서도 공립대안학교에 관심이 많나?
"가뜩이나 기숙형 공립대안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언론사 취재도 많았다. 전국 각 시도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오고 있다. 대전교육청 박백범 부교육감이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 배성근 학교선진화과장이 지난해 세 번이나 다녀갔고, 지난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설동근 차관도 오셔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여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공립대안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교실 부족 ... "21세기 인재는 과학고에만 있는 거 아니다"

- 대안학교는 자유가 강조된다고 하는데.
"당연하다. 자유인이 된다는 것, 어쩌면 그게 인격의 완성인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자유는 치열한 삶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그냥 굴러들어오는 호박이 아니다. 자유를 방종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남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고, 자신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어울려 사는 공동체 속에 남을 해치는 말과 행동을 보일 때 그런 것이다. 친구를 해치거나 자기 몸을 해치는 행동을 보고도 제재하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고 방종이다.

그럴 때는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잔소리도 비난하는 말투로 하면 곤란하다. 잔소리도 진정으로 존중과 사랑을 담아서 하면 아이들은 곧바로 알아차린다. 기존 학교에서는 폭력적이고 일방통행식 잔소리라면, 여기서는 우선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고, 귀를 기울여 끝까지 들어주는 것부터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랑은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한 학년 45명이 갈등하고 싸울 수도 있는데, 그런 것으로 인해 옆 사람을, 친구를 잃을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체육관 건물 외벽에는 신영복 선생의 글과 그림이 새겨진 펼침막이 걸려 있다.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체육관 건물 외벽에는 신영복 선생의 글과 그림이 새겨진 펼침막이 걸려 있다.윤성효

- 학교 시설은 만족한가?
"밖에서는 엄청나게 지원해준 것처럼 소문이 나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령 과학고는 400억원 넘게 투자했는데도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 외국어고는 그 시설이 최고급이다. 시설투자를 엄청나게 해주는 데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기숙사를 보면, 학생 2인실에 화장실과 샤워시설까지 갖춰 놓았다. 요즘 기숙형학교에 시설자금을 거의 50억 내려준다. 그런데 우리는 기숙사 짓는데 25억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기숙사는 시설개선을 많이 해야 할 형편이다.

태봉고등학교는 처음에 학교 지으려고 하면서 두 번이나 의회에서 예산안이 부결되는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서둘러 어렵게 문을 열었다. 태봉고 짓는데 67억원 들어갔다. 땅은 도교육청 소유였는데, 땅값까지 치면 100억원 정도 추산할 수 있다. 한 학년에 45명씩 해서 전교생 135명의 학교다. 그런데 기현상이 벌어졌다. 교실이 부족하다. 원래 학교는 한 학년 3학급(15명씩)에 전체 9학급인데, 반동짜리 건물을 지은 것이다. 당초 3층을 지어야 하는데 2층밖에 짓지 못했다.

21세기 인재는 과학고나 외국어고에만 있는 게 아니다. 톡톡 튀는 생각을 가진 우리 학교 아이들도 인재가 될 수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없다면 우리 학교에는 최소 200억원은 투자해야 한다. 아니, 굳이 그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새로운 학교를 지을 필요도 없다.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없다면 일반학교를 대안학교처럼 전환하여 '대안형 자율고' 형태로 나아가면 된다."

- 그래도 사립 대안학교와 비교하면 시설은 낫지 않은가?
"물론, 이전에 경험했던 사립 대안학교에 비하면 호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사립 대안학교 관계자들이 와서 보면 놀란다. 사립 대안학교는 가건물 속에 겨우 잠만 자는 기숙사도 있다. 그런 험한 곳에서 아이들이 잠을 자고, 사비를 들여가면서 아이들을 시골 대안학교로 보내는 부모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부모들에게 '귀족학교' 운운하면서 바라보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전국에 인가, 미인가 대안학교는 130여 곳이 넘는다. 인가받은 학교는 32곳인데 고등학교가 23곳이고 중학교가 9곳이다. 전국에 공립 대안학교는 3곳인데, 고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다. 지금까지 사립 대안학교에서 십수년 동안 희생하고 봉사를 해서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잡아 놓았다면, 이제는 공립에서 그들의 경험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해야 한다."

- 지금 우리 교육은 엘리트 위주다.
"엘리트 교육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방식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온통 부모들의 머리 속에는 과학고나 외국어고뿐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영재가 되느냐가 문제인데,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트 고등학교를 나와서 미국 유명 대학에 유학 간 학생들이 다 성공하느냐. 아니다. 중도 탈락자가 많다. 일부는 마약 중독자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공부만 했지 여럿이 함께 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 책 속에서만 정답을 파는 공부를 해서 그렇다. 책 속에 없는 문제가 닥치면 우왕좌왕한다. 부모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 교육 현장에서 대안학교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전국 학교 중에 공·사립 대안학교는 1%도 안된다. 그 1%도 안되는 대안학교들이 얼마나 외로운 길을 걷고 있나. 정말 쓸쓸한 길을 걷고 있다. 우리 교육 환경이 건강해지려면 대안학교가 최소한 3% 정도는 되어야 한다. 바닷물이 썪지 않는 것은 소금이 3% 정도 썩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대안학교를 3배 정도 더 늘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반 학교도 달라질 것이다."

"매일 감동의 연속 아닙니까?"


 여태전 태봉고등학교 교장.
여태전 태봉고등학교 교장.윤성효
- 결국 어른들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데.
"속된 말로 해서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른들이 더 그렇다. 죄를 지었어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짓지 않나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했을 것이다. 법을 어겨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를 죽인다. 이제 판을 바꾸어야 한다. 어른들부터 최소한 고백부터 하자. 우리 교육 현장에서 대안학교가 1% 오기까지 사립 선생님들이 힘들게 힘을 보탰다면, 남은 2%는 공립에서 맡아서 해야 한다. 어른들 중에서도 공무원과 선생님들이 먼저 가치관을 바꾸어서 같이 뛰자고 말하고 싶다."

- 선생님들은 대안학교라고 해서 더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선생님들은 편하자고 대안학교에 온 게 아니다. 제대로 교육해 보자고 모여든 선생님들이다. 지난 1년의 성과는 모두 우리 선생님들의 땀과 눈물 덕분이다. 지금은 모두 훌륭한 선생님들로 뭉쳐 있다. 그런데 공립학교 선생님들은 이곳이 싫으면 언제든지 내신을 내어 다른 학교로 떠날 수도 있다. 만약에 힘들다고 한꺼번에 많은 선생님들이 빠져나간다면 공립대안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행여 그렇게 될까봐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늘 우리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으면서 사랑과 열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지내면서 제일 감동 깊었던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한 남학생은 "매일 감동의 연속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태전 교장은 "그 말이 맞네"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바뀌는구나, 변화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가 제일 감동적이다.  교육은 변화를 유도하는 일이다. 소리 없이 곡식이 익듯이, 교육은 변화가 소리 없이 일어나도록 하는 일이다. 어느 날 보니까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해 있었고, 까칠했던 말투도 어느 때부턴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1학기 말과 2학기 말에 LTI PT Day(인턴십을 통한 배움 결과를 프리젠테이션으로 15분씩 발표하는 날)을 가질 때 우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 발표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공부는 안했지만 배움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 보면 공부는 안하고 노는 학생들로 비춰졌겠지만, 배움을 일으켜 세운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

또 지난 연말에는 '배움의 공동체'를 주제로 한 연구학교 보고회를 가졌는데 그때 우리 선생님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1년을 회고하면서 한 마디씩 했는데 울먹이는 선생님들이 많더라. 비록 힘든 과정이었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땀과 눈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본다. 설동근 차관이 방문했을 때 간담회 자리에서 학부모 대표 두 분이 오셔서 말씀을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더라. 저는 그때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일체감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때 감동의 눈물을 나도 모르게 흘린 것이다. 이런 눈물을 인생에서 몇 번이나 흘릴 수 있을까. 모두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윤성효

#대안학교 #공립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 #경상남도교육청 #여태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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