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가고 있다.
유성호
- 남한을 제외한 채 북미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과연 복잡한 한반도 정세 문제를 푸는 데 바람직할까?"한국에 있는 시민들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반도 이슈를 바라보는 순서가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세금을 내는 한인들은 미국의 애국시민이 되어야 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모범시민이 되어야만 현실에서 자신의 삶이 안정될 수 있다.
2001년 9·11테러가 났을 때, 너무나 분노한 미국이 테러범으로 지목된 중동지역 무슬림 이민자들을 전부 죽여 버리려고 했다. 마치 1945년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미국에 있는 일본인들을 모두 죽이려고 네바다 사막에 모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다. 북한이 미국의 적국으로 있는 이상 미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편치 않다.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핵실험 했다고 미 언론이 막 떠들면, 학교에 간 우리 애들은 코리안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유연해지고 (교류의 물꼬가) 터져야 한다."
-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이나 대비책이 없이, 이른바 북한의 조기붕괴를 기다리기만 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은 숨길 수 없지 않나. MB 지지 세력의 한 축이 북한을 공생할 파트너로 보지 않고, 무조건 소멸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권력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조기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은 오판이다.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이 했던 오판을 따라 한 것이다. 결국 남북 간에 관계의 폭이 넓어져야 북한이 남한 일반 시민사회를 포함한 전 세계 서구사회를 상대로 투명하게 핵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북미 간 직접 대화는 남한에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 소위 '찰떡궁합'이라고 불리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 보는 시각은 어떤가?"미국은 한국을 빼면 얼굴을 못 든다. 왜냐면, 냉전시대에 미국이 진을 빼가면서, 심지어 전쟁까지 치러준 나라 중에 생각했던 것만큼 성공한 나라가 유일하게 한국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한국이 너무 잘 사는 거다. 그래서 한국을 얘기할 때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 정치인들이 한국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하는데, 그럴수록 미국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 (이유를) 찾아봐라. 없다.
그리고 미국 정치권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민사회의 눈치를 본다. 특히 미국 내에서 아시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너무 잘 나가기 때문이다. 연방의회에 아시안 코커스가 강화되고, '아시안커뮤니티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라는 의제가 상위에 있을 정도다. 그런데 중국은 공산주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과 함께 갈 수 없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하부구조로 있던 위상과 관계를 변화시켜야 할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한치 앞도 나갈 수 없다. 인도는 무슬림이 한 축에 있는 나라다. 이렇게 볼 때 미국 아시안커뮤니티 내에서 코리안이라는 것은 너무나 좋은 여건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다."
-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내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한국 외교는 한미관계가 90%다. 한미관계는 한국 외교정책이 어떤가에 의해서 잘 되고, 안 되고 하는 게 아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미국의 형편과 입장에 대응하는 방식의 외교였기 때문에 미국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변화되는가에 의해서 공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미전략에 큰 차질이 있다고 비판을 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평가다. 한 예로 한미FTA를 봐라. MB가 아니라 어떤 권력이 들어와도, 대미정책은 미국의 흐름을 얼마나 섬세하고 정확하게 읽어내고, 미리 대비하고 대처하는 전략과 정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이익 안에 한국의 이익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별 궁리를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됐다. 이제는 안 된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 미국과 삐거덕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로 이익관계에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미전략을 궁리해야 한다."
MB가 '프레지던트 리'가 아닌 '리퍼블릭칸 리'로 불린 까닭은?
- 그동안은 우리의 시각으로 미국을 봤는데, 제대로 된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미국의 시각으로 우리를 봐야 한다는 뜻인가?"한국에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틀만 가지고 미국이 어떻게 하냐를 보니까, 제대로 못 읽는다. 미국의 모든 전략은 미국 내 유권자들, 시민들의 성향 흐름에 따라서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내 경제 이슈를 가지고서 미국이 중국, 일본, 유럽과 어떻게 할 것인가 예측을 하고 그것에 대한 페이퍼가 나와야만 한국이 미국의 정책을 읽을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미국에서 공부한 박사들이 한국에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리얼폴리틱(현실정치)에 대한 페이퍼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 전략의 문제다. 적을 이기려면 철저하게 적의 눈으로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을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의 눈으로 한국을 봐야 한다. 지금 미국의 국내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대미관계, 대미정책에 굉장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