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 원년 선포 기자회견'에서 사과, 파, 파프리카 등 친환경농산물을 든 시민단체와 야당 참석자들이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환영합니다"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친환경 농산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든 배옥병 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그리고 야 3당(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대표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 선 50여 명의 각계 인사들은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환영합니다"를 외쳤다. 전국 80%가 넘는 시·군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3월 2일, 2011년을 '친환경 무상급식 원년'으로 선포하는 기자회견장의 풍경이다.
무상급식 실시 시·군·구 38개→181개... "무상급식은 시대적 과제"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밥을, 농민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 10여 년 전 처음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시작했다"는 배옥병 대표는 "이제는 직영급식 93%,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 80%, 친환경농업 14%로 증가했다"며 "가슴이 뿌듯하고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배 대표는 이어 "친환경무상급식이 초·중·고는 물론 영·유아 보육시설에서까지 실시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무상급식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야당 대표들의 '축하' 인사도 이어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시·군·구가 작년 38개에서 올해 181개(전체 229개)로 늘었다"며 "무상급식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자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정권교체를 이뤄 복지가 만발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을 "보편적 복지의 원조"라고 소개한 권영길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이 막아도 친환경 무상급식은 시행된다"며 친환경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의 첫 출발', '인권의 첫 출발' 그리고 '국민건강의 첫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렇게 좋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무상급식의 성과를 통해 보편적 복지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면서도 "전국에서 가장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에서, 가장 재정여건이 좋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중랑구"에서만 '부분적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들 4개의 자치구에서만 무상급식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무상급식전쟁'에 앞장서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끝내 거부하면서 올해 서울시내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이에 초등학생 자녀와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무상급식 혜택을 받아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것 같다"면서도 "5~6학년 아이들도 걸러내지 말고 똑같이 무상급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가 있다는 한 학부모는 "요즘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5~6학년을 '오세훈 학년'이라고 부른다"며 오세훈 시장에게 "무상급식 반대 서명 받지 마시고 그렇게 쓸 돈 있으면 5~6학년 무상 급식하는 데 써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