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오윤희(지은이)/불광출판사/2011-02-07/20,000원
임윤수
일본 교토에 남선사(南禪寺)라는 사찰이 있다. 바로 그 남선사의 비장(秘藏)에서 초조대장경의 일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산질되어 전하던 초조대장경을 발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초조대장경의 천 년, 이 모두가 일본 남선사의 덕택이다. 만일 남선사에 대량의 초조본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수세기 동안 정식으로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남선사일체경,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채로 수장고에 갇혀 있어야 했다면, 국보가 되고 보물이 된 초조본들은 어떤 운명일까? 애물단지 미운 오리새끼일까? -중략-
일본 사절들은 대장경 한 질을 얻기 위해 별짓을 다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 간 대장경을 방방곡곡의 사찰에 모셨다. 그런 연유로 만국무쌍이라는 찬탄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대장경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스스로 원해서 버린 물건이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중략-
실제 최근 몇 년을 제외하고 대장경에 관한 '모든' 연구는 일본으로부터 나왔다. 고려대장경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략-
솔직한 고백, 고려대장경은 짝퉁
수질, 공기 등 환경오염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지식이 오염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책에서는 초조대장경의 천년이 일본 남선사 덕이었음을 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려대장경의 실체를 짝퉁으로 단정합니다. 고려대장경을 폄하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려는 악의적인 단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솔직담백한 단정입니다. 왜곡이던 자화자찬이던 간에 사실을 감추거나 과장한 역사에서 기인한 지식오염을 있는 그대로로 정화시켜주는 교정자 같은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고려대장경은 짝퉁이다. 요즘 시쳇말로 치자면 말이다. 그것도 짝퉁의 본고장이라는 중국 물건의 짝퉁이다. 그나마 고려대장경이 안팎으로 칭찬을 받는 까닭은 오리지널보다 진화된 짝퉁이라는 점 때문이다. 오리지널은 남아 있는 것이 몇 개 안 되지만, 짝퉁은 천년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짝퉁은 짝퉁이다. 흥분할 일은 아니다. -중략-
이런 자화자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아이들이다. 마냥 좋다는 말만 듣고 덩달아 자랑하다가 망신을 당할 날이 온다. 바야흐로 글로벌시대 아닌가? 짝퉁 들고 으스대다 글로벌 왕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중략-
대장경, 천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을 연구하고 저술한 저자가 감당해야 했을 고민, 후대 천년을 대비하는 진지한 고민도 느껴집니다. 책에서는 고려인이 설계한 고려인의 그릇으로 의천의 고려대장경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고려대장경은 송나라 개보대장경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래서 '고려'라는 이름을 달기조차 민망한 면도 없지 않다. 의천의 고려대장경은 명실상부 고려대장경이다. 무엇보다 그 안에는 고려인의 생각과 노심초사가 담겨있다. 교망과 종승, 이들을 묶은 통방과 화쟁, 고려인들이 발견한 고려인들의 꿈을 바탕으로 한 고려인의 설계도가 들어있다. 고려인이 설계한 고려인의 그릇이다. -중략-
불교계를 향한 일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