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월 19일 열린 '2010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종합 공청회'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성호
경기도내 고교들의 전반적인 사정이 이러한데도 경기도교육청은 소극적 자세로 대처하고 있어 학생·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7일 '2011학년도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운영 기본 계획(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운영 계획에 따르면 자율학습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학생 희망원과 학부모 동의서에 의한 실시를 의무화 하고 희망원과 동의서를 학교에 보관하도록 했다. 또한 자율학습 운영 현황에 대해 분기별로 정기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 전아무개 장학사는 "전수조사는 (현장 방문 실사가 아니라) DCMS(전자문서시스템)로 학교 측의 보고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학교 측에서 강제에 의한 야자와 보충을 실시하고 있지만 DCMS 보고 시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거짓 보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전 장학사는 "강제 야자·보충과 관련해 민원이 있는 학교가 있으면 현장에 가서 파악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정식 민원이 접수되기 전에는 실사를 통해 학교 현실을 파악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이 같은 민원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제 야자·보충의 책임을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학생인권조례 제정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던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인권조례의 핵심은 도교육청의 의지다. 시행 초기에 학교에서 인권조례를 위반하는 사례들을 엄격히 지도·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 도교육청 관료들의 무딘 인권감수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대로 가면 결국 아이들한테는 배신감을 심어주고 인권조례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도교육청이 밝힌 2010년 하반기 야간자율학습 운영 현황에 따르면 도내 409개 고교 가운데 385개교가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였고 정원의 56%에 이르는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것이 강제에 의한 것인지 희망에 따른 것인지는 전혀 파악하지 않았다. 도교육청 전 장학사는 "동의한 것을 전제로 파악한 것"이라며 "엄밀히 강제와 동의 여부를 파악하는 건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도교육청의 소극적 행보가 학생인권조례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인권조례 시행 첫 학기를 맞아 도교육청 인터넷 누리집에는 강제 야자와 보충을 없애달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전교조 경기지부도 2일 '학생인권조례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경기교사 인권실천 선언문'을 발표하고 "교사들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을 존중하며 배려와 나눔의 학교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며, 인권친화적인 학교 풍토를 만들기 위해 반인권적 반민주적 관행과 제도에도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기지부에 '학생인권 침해 신고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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