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대표 "우리는 왜 몰염치 사회가 되었나?"

2005년 임종국상 수상자, 창원노동회관 강연 ... "오히려 항일청산 역사였다"

등록 2011.03.01 15:28수정 2011.03.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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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윤성효
"우리 근현대사는 항일청산으로 시작된 역사였다. 항일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청산했던 것이다. 식민지로 있다가 해방이나 독립하고 나면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외세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처단하는 일이고,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은 존중을 받아야 할 것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3․1절을 맞아 창원노동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제잔재 청산'을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과 Corea평화연대 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옛 마산시가 친일예술인들의 기념사업을 벌일 때 온 몸을 던져 막아냈다. 옛 마산시가 친일파 조두남의 기념관을 지으려 하자 행사장에서 밀가루를 던져 구속되기도 했다. 마산시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조두남 기념관'이란 이름을 버리고 '마산음악관'으로 바뀌었다.

김영만 대표는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주는 '임종국상'(사회운동부문)을 수상했고, 지난해 부마민주항쟁 31주년을 맞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서 주는 '민주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제․친일잔재' 청산에 앞장 서온 김 대표가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강연한 것이다.

"유럽이 복지가 잘된 까닭은?"

우리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던 역사부터 지적했다. 유럽과 비교하기도 했다.

"해방 뒤 서울 경찰서 10곳 중 9곳의 서장이 일제 앞장이 한 경찰이었고 1곳은 일제강점기 군수 출신이었다. 경찰은 거의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경찰이었거나 정보 계통에 있었던 사란들이었다.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그랬다. 대한민국 역사는 '항일청산'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독일 나치의 식민지 경험을 했던 유럽은 어땠나. 프랑스와 덴마크, 벨기에, 노르웨이는 인구 10만 명당 370~650여 명씩 처단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 유럽이 민주화가 정착되고 복지가 잘 된 것은 당시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처단을 잘했던 것이 기반이 되었다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몰염치한 사람들이 지배했다"며 "친일을 했음에도 하나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당당하게 주도세력으로 살아왔다. 그들이 국가를 주도하면서 선악이 전도된 것이고, 몰상식한 사회가 됐던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가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 중에는 고엽제로 병을 앓기도 하는데, 그도 몸이 아팠을 때 부산의 한 대형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던 적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일이다.

"병원 큰 홀에 많은 참전 용사들이 모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떠들기도 했다. 그러는 속에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연설하듯 했다. 그는 '노무현 XXX. 고엽제 환자한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해 놓았기에 의사들이 금액에 맞추다 보니 판정을 그 금액에 맞게 해준다'고 했다.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노무현 XXX'라고 덩달아 소리쳤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성질이 나왔다. '박정희 XXX'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박정희 XXX는 우리를 월남전에 보내 놓고 죽을 때까지 한번도 우리를 찾지 않았다'고, '전두환 XXX는 부하들을 데리고 월남전에 갔으면서도 한번도 불러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순간 조용하더라.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말을 듣고 보니 나쁜 놈들이네'라고 하더라."

김영만 대표는 "고엽제는 민주화 이후 사회문제가 되었다. 김영삼정권 때 나왔고, 김대중정권에 이어 노무현정권 때 가장 많이 배려해 주었다"며 "요즘도 파병용사들이 기념식을 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나와서 기념사를 하면, 늙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자기를 챙겨주는 사람을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돌보지 않고 내팽개쳤던 사람을 존경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런 게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나. 친일청산이 안돼서 그렇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암담하다. 몰상식한 사회라서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계속 기득권을 유지해 왔다. 신자유주의도 그렇다. 무한경쟁을 하면 어떻게 되나. 기득권만 쥔 사람들은 기득권만 쥐게 될 것이다. 시발점이 잘못 됐던 것이다."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1일 오전 창원노동회관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1일 오전 창원노동회관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윤성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등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언급한 그는 일본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강제징용 숫자는 대략 500만 명에서 1000만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계속 들고 나오고, 계속 북한 발목을 잡고 있다. 납북 일본인 숫자는 10명 정도다. 물론 1명도 납치가 있어서는 안된다. 일본은 뻔뻔스럽다. 일본도 몰염치․몰상식한 사회가 된 것이다. 그것은 전쟁범죄에 대해 한번도 반성을 안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어려워지는 때가 올 것이다. 자기들은 우리 민족을 수없이 끌고 가고 죽여 놓고, 10명 갖고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어지고, 6자회담할 때마다 걸고 넘어진다."

조두남, 이은상, 이원수 기념사업 해서는 안되는 이유?

옛 마산시가 친일파 조두남을 기리는 사업을 벌이려 할 때 그는 앞장 서서 반대 운동을 벌였다. 김영만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는 어떤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친일예술가들을 국가 돈으로 사업하고 기념관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고향의 봄>(이원수), <가고파>(이은상), <선구자>(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객지에 가면 고향의 자랑거리로 삼았다. 뒤에 알게 되었지만, 이은상은 친독재 부역자였다. 내가 아는 조두남은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뒤늦게 알고 보니 참 자신을 교묘하게 은폐했던 것이다.

<선구자>는 우리가 제2 애국가처럼 부른다. 그것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었기에 그랬다. 그는 책에서 어느 날 만주에 있는데, 젊은 사람이 병든 모습으로 찾아와 주머니에 든 종이를 주고 갔는데, 펼쳐보니 글이 적혀 있었고 그것이 뒤에 <선구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젊은사람은 보름 뒤에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영원히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조두남은 그 젊은사람을 독립운동가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뒤에 알고 보니 작사자는 드러내놓고 친일행적을 했던 '윤해영'이었다. 조두남 역시 그와 같이 음악과 예술 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이 뒤에 밝혀졌다. 자기들이 했던 친일을 교묘하게 은폐했던 것이다."

아동문학가 이원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창원 '고향의봄 도서관' 안에 이원수 기념관이 있으며, 창원시는 올해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재정 지원을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한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원수 기념사업의 재정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만 대표는 "민족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 민족문제는 원래 보수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진보하는 사람들이 민족문제를 들고 나온다"며 이원수에 대해 설명했다. 이원수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좋아했던 이원수는 문학 영역이었다. 문학으로 이원수를 좋아하고, 평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사적인 영역에서 동호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정도 차원을 뛰어넘는 공적 차원으로 올려놓아서 문제다. 국무총리나 장관이 되려면 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에 그런 것이다. 이원수를 그 수준으로 올려버려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일을 한 사람한테 국가 차원에서 훈장을 준다.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예우가 기념관 지어주는 거다. 기념관을 지었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표상이 되는 것인데, 왜 그것을 따지지 않을 것이냐. 이원수는 일제강점기 말기에 친일작품을 썼다. 그 대상이 어린이들이 읽는 동시였다. 요즘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가중처벌이다. 이원수는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김영만 상임대표 #친일파 조두남 #친일문인 이원수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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