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
남소연
- 국회의원들 중에 가장 집요하게 천안함 사건에 대해 파고들었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공격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쪽에 전쟁하자는 얘기냐고 물어봐야 한다. 남북관계악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강원도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고성, 속초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 횟집 전부가 폐허다. 긴장이 높아지면 화천·양구 군인들이 휴가를 나오지 않아서 그쪽 상가가 다 죽었다. 강원도 사람들이 (한나라당에서) 돌아선 큰 이유 중 하나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표가 이 (북한) 접경 지역에서 많이 나왔다. 평화가 돈이라는 것은 그 분들이 안다. 천안함 사건은 진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분들은 그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 문제에 대해 이념적 공세를 받긴 하겠지만 자신있다. 오히려 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부발표를 진실로 확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6.2지방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5월 20일에 조사결과를 졸속으로 발표했고, 지금도 설명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스크루가 휜 이유, 물기둥 없었다는 것 등은 지금도 정부가 설명을 못하고 있다. 그것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지역민의 의사를 잘 수렴해서 따라야 할 책임도 있지만, 정보와 권력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을 겪더라도 지역민에게 정확하게 사태를 알려드릴 의무도 있다."
"이번 재보선은 정권교체의 단초...배수진치고 싸워야"- 의원직을 내놓기로 했다. 보통은 당의 후보로 확정된 뒤에 의원직을 사퇴하는데."편안하게 나가서 싸울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번 선거가 지사직 하나를 뽑는 게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고 정권 교체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느냐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던지고 배수의 진을 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 보좌진들은 또 사표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마음이 제일 불편한 부분이다. 미디어법 날치기때 이어 두 번째다. 지난 번에는 다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돌아올 생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본회의에서 표결이 안되면 의원직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철회할 수 없다. 국회와는 끝인 셈이다."
-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좋아할 것 같다. "최시중 위원장 연임문제나 종편, 미디어랩문제도 세게 붙어야 하는데…."
- 민주당 내에서 조일현 전 의원 등도 출마를 선언했다. 경선을 하게 될 텐데, 경선을 서둘러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 당 후보를 결정한 뒤에 야권연대를 또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28 은평 재보궐선거때 야권연대가 투표일 이틀 전에야 결정됐다. 너무 촉박하게 되니까 한 몸처럼 움직여지지 않았고, 야권연대를 하고도 졌다.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신뢰가 생기고 정책을 조율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 민주당의 강원도 조직이 탄탄한 편이 아니고, 최 의원도 개인적으로 선거를 준비해온 것도 아니다. '이광재니까 당선됐다'는 시각도 많다. 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맞다. 우선 이광재 전 지사의 조직을 종자조직으로 인수받고 여기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한나라당도 총력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바람을 일으키고, 이 바람이 (4.28재보선의) 다른 데까지 번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리꾼들이 움직이고 있다. 많이들 와서 도와주실 수 있을 것 같다."
- 이번 선거 기조를 어떻게 잡을 생각인가. "이광재 전 지사는 지난 선거에서 정치적 문제 끌어들이지 않고 '잘 사는 강원도' 콘셉트로 갔다. 그대로 이어 받을 생각이다. 강원도민들이 피해의식이 많이 있다. 한나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왔던 것도 정치적 주체성과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러다가 최초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광재 전 지사를 통해서 '정치적인 주체적 힘을 가지니 좋구나'하고 느꼈다. 그걸 뺏기니 굉장히 화가 나 있고 박탈감이 생겼다. 정치적 주체성에 대한 자각은 있는데, 아직까지는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 "엄 전 사장이 민주당으로 오면 후보를 양보하겠다"고 까지 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가. "부담스럽다. 고등학교 선후배고, MBC에 있을 때 춘천고 출신이 저와 엄 전 사장 포함해 딱 3명뿐이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도 없고, 밥이나 술을 자주 먹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선배구나 하는 생각은 했다. 워낙 숫자가 적으니까. 그런 분하고 앉아서 맞대결 한다는 게…, '정치를 왜 하나'라는 마음도 들고, 자다가 일어나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엄 사장은 얼마나 괴롭겠나."
- 엄 전 사장에게 한나라당으로 출마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 것도 있고. 이광재 전 지사는 출마 선언문에서 엄 사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엄 전 사장을 영입해서 출마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본인이 출마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지사가 그 때 오셨으면 당도 좋고 본인도 좋고 완승할 수 있었다고 말하더라. 한나라당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 본인도 괴로울 것이다. 지금도 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 있다. 그가 실제로 우리 당으로 올 경우 제가 의원직 사퇴하니까 저만 바보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뭐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오후에 엄 전 사장이 3월 2일 한나라당 입당과 강원도지사 출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전화로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결국 그렇게 됐나, 할 수 없다. 갈 데까지지 가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기영, 자기 쫓아낸 한나라당 출마, 설명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 엄 전 사장이 MBC를 떠나던 날 상황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로비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에게 MBC를 지켜달라고 팔뚝질을 하면서 'MBC 파이팅'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제가 국회 본회의 발언 중에 그 영상을 틀어놓고 '이런 분을 쫓아낼 수 있느냐'고 엄청 싸웠었다. 그랬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굉장히 이상한 일 아닌가. 엄 전 사장도 문제지만 그렇게 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도대체 정치적, 도덕적 윤리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노조와의 단협을 해지하라고 하고, 온갖 인사개입을 하면서 괴롭혔다. 그 사이 MBC 노조가 방송독립 차원에서 엄 사장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그 뒤 김재철 현 사장에게 맞서 싸우면서 2명이 해고됐다. 그런데 엄 전 사장을 자기들이 공천을 줘서 출마시킨다는 건 한나라당이 도덕적인 운영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엄 전 시장도 이 부분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정신분열증적 행태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