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거문도권에서 한 선상낚시에서 빨간 열기들이 주렁주렁 올라오고 있다.
심명남
바야흐로 최고의 손맛을 자랑하는 열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성황을 이루는 낚시가 있다. 바로 외줄 열기낚시다. 그런데 올해는 좀 늦었다. 강풍을 동반한 높은 파도와 강추위 때문이다. 이로 인해 먼바다로 출항해야 할 낚시선들은 잦은 결항을 보였다. 신강수도호 선장인 김두성(52)씨는 금년 들어 겨우 다섯 번 출항했다.
열기낚시를 위해 찾아간 곳은 전남 여수 신월동 넘너리항이다. 새벽 3시 30분경 쿨러를 둘러멘 조사들이 낚시선에 승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전화를 통해 미리 선약한 사람들이다. 신강수도호에는 최대 18명이 승선 가능하지만 23일에 이어 24일엔 9명이 모였다. 점점 날씨가 풀리자 선상낚시객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새벽 4시쯤 되자 출항신고를 마친 선장님은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 출항이다. 우리를 실은 낚시선은 굉음을 내며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백도, 삼부도, 거문도권이다.
섬과 섬 사이를 빠져 나와 내만권을 벗어나자 보이는 것은 온통 까만 세상뿐이다. 거문도까지는 앞으로 약 3시간을 달려야 한다. 잠시 상념에 잠긴다.
우리네 인생이 행로난(行路難)이다벌써 2년이 지났다. 당시 <오마이뉴스>에 실린
열기를 낚아 올린 기사는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계속 소식을 들려 주고 싶었으나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 열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지 않고는 열기를 만날 수 없듯이 노력하지 않고 우연히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도 행로난(行路難)이다.
중국 최대의 시인이자 진정한 방랑가였던 이백(이태백)은 <행로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앞부분 생략)閑來垂釣碧溪上 (한래수조벽계상) 아서라 한가로이 벽계수에 낚시하고 忽復乘舟夢日邊 (홀부승주몽일변)배를 타고 해를 도는 꿈도 한번 꾸어 볼까
行路難行路難 (행로난 행로난)인생 길 인생 길 정말로 어려워라多岐路今安在 (다기로 금안재) 이 길 저 길 많은 길에 내 갈 길 어디인고 長風破浪會有時 (장풍파랑회유시) 거센 바람 물결 가를 그 때 얼싸 돌아오면直掛雲帆濟滄海 (직괘운범제창해) 구름 같은 돛 달고서 푸른 바다 헤쳐가리. 오늘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일행들이 어쩌면 모든 걸 잊고서 열기낚시에 출사표를 던진 건 아마도 이런 맘일 게다. 만선의 기쁨을 안기 위해 돛을 단 신강수도호는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빨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