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원주민 아이들.
이강진
갈 길이 멀다, 내일까지 치앙마이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서둘러 파이(Pai)라는 동네로 향한다. 파이는 제법 큰 도시다. 외국인도 제법 보이고 시내에는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 곳곳에 관광객이 모여 볼거리를 즐긴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 주유소에 들려 기름만 넣고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 '롱넥마을'이 있는 매홍손(Mae Hong Son)을 향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는다.
드디어 400여 킬로미터를 달려 '롱넥마을(long neck)'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른 마을에 비해 특별한 것이 없다. 여느 곳과 다름없이 물건 파는 상점만 즐비하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나이 든 사람이 돈을 내라며 따라붙는다. 한 사람에 250바트(거의 만 원 정도)를 내라고 한다. 영어로 쓴 종이를 보여주는데 이 돈은 여기에 사는 목이 긴 원주민을 위해 쓰이는 돈이라고 한다.
타일랜드 관광객은 그냥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가는데, 특별한 안내판도 없는 곳에서 종이 한 장 들고 돈을 내야 다리를 건널 수 있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나만 돈을 내야 하느냐고 계속 따지며 실랑이하다 그냥 돌아나왔다.
나와서 생각하니 그래도 먼 이곳까지 목이 긴 원주민을 찾아왔는데 그냥 가기는 그렇다. 다시 다리를 건너려는데 길을 막는다. 옆에 영어하는 청년에게 도움을 받아 왜 돈을 받는지, 돈을 받으면 받는 사람의 신분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다시 실랑이한다. 통역하는 젊은이는 외국 사람에게만 돈을 받는 것에 미안한 감을 느끼면서도 나보고 양보하라는 식으로 조언한다. 적지 않은 두 사람 입장료(?) 500바트(2만원이 약간 못되는 금액)를 주고 들어간다. 완전히 눈뜨고 도둑맞은 기분이다.
자그마한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원주민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다른 구멍가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목에 링을 두르고 있는 아가씨들이 물건을 판다는 것이다. 입구에서 실랑이한 때문인지 먼 길을 달려와 보는 목이 긴 아가씨들을 보아도 생각만큼 호기심이 나지 않는다. 목이 긴 원주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을 이용하여 외국에서 온 관광객을 상대로 앵벌이를 한다고 표현하면 너무 폄하하는 것일까? 하여간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이미 돈도 뜯겼으니 사진이라도 많이 찍을 생각으로 셔터를 계속 누른다. 기타를 치는 목이 긴 아가씨, 핸드폰을 들고 잡담하고 있는 목이 긴 아가씨, 이곳에서 일생을 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목이 긴 꼬부랑 할머니 그리고 목에 장식처럼 링을 끼우고 관광객 틈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까지 열심히 사진에 담는다. 수많은 관광객 틈에서 그들만의 전통을 유지하며 목이 긴 모습으로 살고 있다. 갑갑할 것 같은 링을 목에 두르고도 밝은 표정을 지으며 관광객을 맞고 있다.